진영논리 여야 커지는 '갈등의 골'
코로나 사태로 총선 쟁점 '블랙홀'
세계경제 위기 '무질서 시대' 예고
자본·기업 국가와 사회 개입 확장
미국배제 친중은 매우 위험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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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주중에 총선거가 치러지면 여야는 승패에 따라 극단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승리한 여권은 지난 3년간의 실정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공수처를 내세워 자신들의 부패와 비리를 파헤치던 검찰과 야당을 핍박할 것이다. 승리한 야권은 국정을 중단시키고 정권비리에 대한 총체적 수사와 대통령 탄핵마저 밀어붙일 것이다. 정치권은 곧바로 대권경쟁에 돌입하면서 국가적 경제위기 등 산적한 국정과제는 진영논리에 휘말릴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휩쓸려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는 블랙홀처럼 총선거의 쟁점을 희석시켜 버렸다. 코로나19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가간, 지역간 경제봉쇄를 낳으면서 지구를 정지시켜버렸다.

IMF총재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 목전에 와 있으며 170여개국 이상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희망처럼, 잘 나가던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이 사태가 끝나면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OECD 최하위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경제가 잘 나가고 있었다고 동의하기 어려우며,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가라앉을지도, 설사 수습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경제분석기관, 신용평가사, 투자은행 등이 내놓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0.9%의 역성장이다. 이미 1, 2분기의 경제가 역성장을 보인 만큼 그러한 전망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비관적인 노무라증권이 제시한 성장률은 -6.7%이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5.1%)와 1980년 2차 오일쇼크(-1.6%)보다도 더 심각한 경제침체이다.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세계와 한국이 직면한 상황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한 분기'를 비롯하여 많은 저작들이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붕괴를 주장해 온 바 있다. 한국은행 등 국내의 주요 경제분석기관들도 2012년부터 GVC(지구적 가치사슬)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이란 책에서 브레튼우즈체제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2015~2030년간에 자유무역질서의 해체, 세계적인 인구역전 현상, 유럽과 중국의 붕괴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시장, 해군력, 전략적 우산에 의해 가능했으나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실속없는 이 체제가 사회주의체제의 붕괴, 패권국가로서의 중국 등장, 세일가스혁명의 진전 등에 의해서 새로운 무질서의 시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나 미국 주도의 국제무역질서 하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던 나라였다. 특히 한국은 지구적 상품 사슬이나 지구적 가치 사슬에 있어서 미국이 제공한 국제적 평화체제 하에서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던 나라였다. 이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한국은 대내적으로는 진보적 재분배전략으로,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대처해왔다.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사회복지와 의료체계를 급속하게 확충하는 한편 자본과 기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개입을 확장하는 전략이 적절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미국의 배제전략과 과도한 기업부채로 인하여 성장률이 둔화되고 기업부도와 유령도시가 속출하는 데다 한국에 대해 정치, 군사적 종속까지 강요하는 중국에 접근하면서 기존의 다차원 동맹과 거리를 두는 전략 또한 근시안적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비우호적인 국제환경 속에서 매우 위험한 전략으로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금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분열적, 고립적 방향으로의 변화의 속도를 더욱 진척시켰다고 볼 수 있다. 풍랑이 더욱 거칠어지는 바다에서는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 가운데 누가 키를 잡을지가 중요하기 보다는 누가 선택하든 정해지는 항로가 어디인가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