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힘겨운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여론을 먹고 사는 정치인, 특히 각국 정상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이 코로나19 방역 결과에 달려 있으니 물불을 가릴 입장이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도 좌충우돌식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중국인 입국금지 이외에 별다른 조치 없이 버티다가 3월 들어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자, 트럼프의 입도 바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국경통제 반대의견이 잘못됐다며, 지원금을 끊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정부가 인플루엔자 팬데믹 대응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은 완벽했다고 우겼다. 책임회피, 물타기 언행으로 그의 말이 신뢰를 잃는 동안 미국은 55만여명의 감염자와 2만2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됐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는 코로나 악재를 입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곤경에 처하기는 아베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도쿄올림픽을 의식해 코로나19 위기를 의식적으로 외면했지만, 이제는 도쿄 봉쇄론이 오갈 정도로 심각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체검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탓에, 현재 일본내 확진자 수는 실제 확진자의 극히 일부일 것으로 의심한다. 뒤늦게 5천만가구에 천마스크 2장을 준다는 아베를 조롱하는 영상 콘텐츠가 넘쳐났다. 올림픽은 연기됐고, 아베 지지율은 하락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의 대참사에 이어 프랑스, 영국, 독일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존슨 영국 총리는 본인이 확진판정을 받아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어제 퇴원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지방선거를 연기했고, 폴란드는 대선을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우리는 4·15 국회의원 총선거를 예정대로 치른다. 확진자 1만여명에 사망자 217명, 우리의 코로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우수한 의료시스템과 신속한 검사, 국민의 협조로 극복중이다. 여권은 세계적 방역모범국가, 야권은 발생 초기 국경봉쇄 실패를 앞세워 코로나를 쟁점에 올렸다. 주요국가 중 첫 코로나 심판 선거인 셈이다. 코로나에 전전긍긍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한국의 총선 결과를 주목할 듯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