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 '초강세' 집권당 힘 확인
'20대 국회 실망감' 칼날 향한 야권
이천·용인갑 등 텃밭서 '체면치레'
전국 최대 의석수를 보유한 경기도 내 여야 의석수가 20대 총선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더블스코어' 이상을 기록하며 '여대야소' 지형을 그렸다.
59개 의석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40석 이상을 확보하며 집권여당의 힘을 드러낸 반면, 미래통합당은 10석 안팎에 그쳐 경기도민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막대한 프리미엄과 경쟁력을 갖춘 기존 현역의원들의 생존 여부가 선거상황판을 갈랐다.
민주당에선 현역 29명이 출격한 가운데 대다수 의원이 생존해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거나 지역 텃밭을 잘 가꿔온 후보들에게 본선행 티켓을 쥐어준 것이 긍정적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현역 14명이 출격한 통합당에선 대다수가 낙마하고, 소수 정예만 살아남아 체면을 구겼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만들었다는 책임론의 칼날이 여당 의원보다는 야당 의원을 겨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도시지역에서 초강세를, 통합당은 농촌지역에서 비교적 우위를 점했다.
우선 민주당은 경기 남·북부 수부 도시인 수원시와 의정부시에서 대승을 거뒀다. 공천권을 따낸 지역구 현역의원과 원외 인사 등이 각자의 선거구에서 강세를 보인데 이어 첫 출마로 관심을 모은 정치신인들의 선전까지 더해지면서 통합당 후보들을 압도했다.
부천(4석), 안산(4석), 화성(3석), 안양(3석), 광명(2석), 시흥(2석) 등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다수 의석을 쓸어담았다. 전략공천 특성상 지역 연고가 없어 고전이 예상됐던 후보들조차 상대를 제압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험지로 구분됐던 일부 지역에서도 상대 후보와 박빙 구도를 만들며 기세를 떨쳤다.
'국난극복'과 '정권심판'이 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유권자들은 현 정권이 '코로나 19' 극복 등에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으로 보는 듯, 민주당에 표심을 몰아줬다.
통합당은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존 텃밭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하며 '완패'만은 가까스로 면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송석준 경기도당위원장이 버티고 선 이천을 비롯해 용인갑, 여주·양평 등에서 승전보가 전해졌다.
선거결과와 별개로 성남 분당갑·을 선거구를 비롯해 용인과 평택, 포천·가평 등에서 다시 지지층 결집을 이뤄낸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또 대다수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여당 후보와 승부다운 승부를 펼친 전직 단체장 출신 후보들의 활약도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지역 내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지역구 탈환 주자로 나선 7명의 전직 시장·군수 출신 후보 중 5명은 본선이라는 '링' 위에서 상대 후보를 꺾거나 초박빙 승부 속에 접전을 펼쳤다.
이 가운데 여야가 앞다퉈 내보낸 정치신인들도 적잖은 성과를 냈다. 선거경험이 전혀 없는 여야 인사 38명이 각 당의 전략공천 또는 경선을 통해 차기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낸 결과, 10명 이상이 경기도민의 선택을 받았다.
20대 총선 당시 발굴된 정치신인 출신 국회의원이 5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다만, 대다수 후보가 낙마한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경쟁력에서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대양당의 의석 갈라먹기 경쟁 속에 군소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맥을 못췄다. 고양갑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만 선전했을 뿐 정의당과 민생당, 민중당 등이 배출한 대다수 후보들은 한 자릿수 득표율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