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얼마 전 교직생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전통적인 교사 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아니라 새롭게 조직된 '경기교사노동조합(경기교사노조)'에 가입한 것. 그가 갑자기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는 "아무도 교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껴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며 교사 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만 돌아오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며 "전교조는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데, 교사노조는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대응하는 것을 보고 가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기교사노조에 도내 교사들의 가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전교조가 아닌, 각 지역별 설립된 교사노조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며 전교조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기교사노조에 도내 교사들의 가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전교조가 아닌, 각 지역별 설립된 교사노조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며 전교조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따르고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2018년 9월에 설립됐다. 현재 서울, 경기 등 각 지역별로 노동조합이 구성됐고 모두 각 시도교육청과 개별교섭을 하는 별개의 단체다. 경기교사노조는 명확한 조합원의 수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개학연기 사태 이후 3, 4월 사이 가입자 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3월 초 경기도교육청에서 교사들에게 재택근무 시 '보안서약서'를 서명하라고 공문을 내렸는데, 당시 서약서 내용에 교사들이 분노하면서 이를 계기로 많이 늘었다"며 "또 교육부가 온라인개학을 발표하며 스마트기기 수요조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교사들의 재택근무로 공문을 받지 못해서'라고 실언한 것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월급받는 그룹과 월급받지 않은 그룹을 언급한 SNS 발언 등 개학연기 사태 중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분개해 가입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전교조가 아닌 교사노조가 교사들의 선택을 받는 데는 몇 해전부터 불거진 교육공무직 및 학교비정규직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공무직·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교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전교조가 나서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도내 한 교사는 "학교에서 교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교사-교감-교장-공무직' 순서로 힘이 있다고 말할 정도"라며 "그들이 처우개선을 이야기할 때마다 교사를 적폐집단, 적으로 치부하며 공격하는데 전교조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도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교사의 이익 대변도 중요하지만, '노동자 연대'라는 노동조합 고유의 가치를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3월 개학연기 사태 이후 탈퇴한 교사들이 평소보다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전교조 안에서도 노조 운동이 '참교육 운동을 해야 한다'와 '교사 이익을 대변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고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사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비율은 10% 이하로 참여율이 낮은 편인데, (전교조가 아니라도) 노조가 다양하게 만들어져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공무직, 비정규직들의 일부 요구사항에 대해 전교조 등이 30년간 싸워 쟁취해낸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고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해달라는 많은 교사들의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노조와 노조가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이 있고, 전교조는 내부에서 공무직 등과 협의를 통해 양쪽의 권익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