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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정치부 차장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대의 정치축제, 4·15총선이 끝났다. 한쪽에선 승리의 기쁨을, 한쪽에선 패배의 쓴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투표에 대한 첫 기억은 국민학생(!) 시절 반장선거다. 민주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세대인 만큼 반장 투표는 일종의 '인기투표'였다. 반장이 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인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교실 한편에서 의기소침해졌고, 반대로 반장이 된 아이는 친구들에게 '사랑받은 대가'로 햄버거를 돌렸다. 그 당시 국민학생의 반장 선거와 대한민국의 총선을 비교하는 이유는, 이 둘의 차이가 너무나 크지만 때로는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반장 선거는 인기투표에 불과했지만, 총선은 우리 사회가 갈 방향을 제시한다.

사실 선거를 알리는 총성이 울릴 때 걱정이 앞섰다. 사상 첫 '팬데믹 선거'인 만큼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어 보여 4·15 총선이 단순한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우려와 달리 이번 총선은 28년만(국회의원 선거 기준)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알려주듯, 이번 총선은 여느 때보다도 큰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졌다. 단순히 인기투표가 아니었다는 것, 당선자의 뒤에는 그들이 제시한 공약과 비전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이 크게 패배한 이유는 인물경쟁력에서 밀려서가 아닌, '심판론'은 비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판론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쟁'을 떠올리게 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인기투표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단지 '사랑해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공약과 비전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기쁨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막중한 책임'을 공유하길 기대한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