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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은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 소속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만들었다. 그는 심한 관절염으로 고통을 겪는 부친을 위해 신약개발에 나섰다가 우연히 아세틸살리실산이 심혈관 질환과 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끝에 1897년 세계최초의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이 개발됐다. 후세 사람들은 개발자 호프만은 몰라도 제약사 바이엘을 기억한다. 아스피린은 지금도 매년 1조 알이 팔린다.

이처럼 신약은 개발자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효과로 대박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가 그런 경우다.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 환자에게 효과가 뛰어났다. 화이자는 '실데나필'과 유사한 성분의 '페녹시벤자민'이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고 임상시험 끝에 비아그라를 개발했다. 이 때문에 화이자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신약개발 과정은 험난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약품을 만들어낸 후 동물실험에 뚜렷한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평균 개발기간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성공 확률은 0.0001%. 절차는 까다롭고 윤리기준이 엄격해 비록 약효가 입증돼도 '국제신약허가규정'을 위반하면 신약 승인을 받을 수가 없다. 승인을 받는다 해도 상업화에 실패해 '없던 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약은 자본과 기술의 결정체로 초기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의약 선진국의 독무대일 수밖에 없다.

지난주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등한 건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원래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 약물이었다. 2009년 리보핵산(RNA) 복제를 억제하는 3상 시험 중 경쟁사인 머크사와 존슨앤드존슨사의 약물에 비해 효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격 폐기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중증 환자 상당수가 '렘데시비르' 치료 이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뚜렷이 완화됐다는 소식에 '인류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로 인해 증상이 나아진 것인지, 부작용에 따른 일시적 효과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반드시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한다. 굴지의 제약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다. 하루빨리 치료제가 개발돼 인류가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