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필연이다. 개표가 끝난 아침, 교체된 현수막에 희비가 갈린다.
당선자는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 한없는 감사의 뜻을 표한다. 당선사례다. 현수막은 기본이고, 거리인사를 하거나 차량을 타고 지역구를 돌기도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 감사인사를 한다. 대체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초심을 지켜 지역과 나라를 위해 바른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래전에는 막걸리에 고무신을 돌리기도 했다는데, 전설이 됐다. 이제는 마음으로만 감사해야 한다. 자칫 당선이 무효가 되고 전과자 신세가 될 수 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당선자와 측근, 유권자를 향한 선관위의 눈매가 매섭다.
낙선자들도 유권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한다. 낙선사례(落選謝禮)다. 역시 현수막과 SNS가 소통 창구다. "성원해 주셨지만 부족했다"거나 "열심히 해서 다음에 선택을 받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때론 당선자는 보이지 않는데 낙선자가 거리에 나와 눈길을 끈다. 용인 지역에 출마했던 한 야당 후보는 지난 18일 팻말을 들고 지하철역 앞에서 2시간 넘도록 인사를 했다. '송구합니다. 성원 감사합니다'란 푯말을 든 그에게 "안타깝다, 다음에 꼭 승리하라"고 격려하는 시민들이 여럿이었다고 한다. 비록 '정치적 행위'일지 모르나 남들과는 다른 용기와 결기에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당선사례든 낙선사례든 황당함과 무례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의도의 입은 여전히 거칠다.
여권의 한 당선자는 검찰을 향한 날 선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과의 관계를 보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벌써 오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패한 야당은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 시끄럽다.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을 입고서도 당내 권력다툼에 자성과 책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영남권 당선자는 벌써 대권을 들먹이며 '내가 당의 주인'이라고 당을 압박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불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2년 뒤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대 지방 동시선거가 치러진다. 다시 2년 뒤 총선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민심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당락이 바뀌고 여·야의 처지가 달라질 수 있다. 선거는 끝났어도 끝난 게 아니다. 다시 시작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