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쇼크 등 경제기반 자체 무너뜨릴 기세
코로나 국난극복 위해 국민이 헌정한 보검
기업규제 혁파 위한 진보진영 설득에 써야
전설적 영웅 아서는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를 뽑아 신탁대로 왕이 됐다. 한국의 진보진영은 의회권력이라는 엑스칼리버를 뽑아들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암반에 꽂혀 요지부동이었던 엑스칼리버다. 무소불위의 무기다. 예산은 물론 모든 법안, 동의안을 홀로 처리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에 돌아갈 몇몇 국회 상임위도, 실제 위원장은 민주당 간사다. 야당은 의석은 있되 행사할 권력이 없다.
다음 대선까지는 진보진영의 독주다. 대통령의 꿈과 당의 의지를 모두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당·청이 내딛는 발자국이 대한민국의 길이 된다. 그러나 영웅에게 시련은 필수인가. 대한민국의 위기는 진보진영이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기 전 그대로이거나 더욱 심각해지는 중이다. '코로나 국난'은 바이러스 감염 자체보다는 경제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쇼크, 수출위기, 마이너스 성장이 경제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기세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난기금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세계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산업기반을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특수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경제체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국민은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독점적 의회권력이라는 보검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헌정했다. 진영을 초월한 엑스칼리버다. 당·청은 보수진영의 반대에 만신창이가 됐어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이제는 진보진영의 만류로 망설였던 규제혁파로 혁신성장에 매진할 때다. 당·청의 독점적 권위를 기업규제 혁파를 위한 진보진영 설득에 써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독점권력이란 엑스칼리버를,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는데 사용해야 한다.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고 제국을 열었듯, 문재인 정권도 완벽한 권력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진로를 여는데 써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게, 민주당에게 외부의 적은 없다. 내부의 적이 있을 뿐이다. 큰 권력을 작은 일에 쓰자는 사람들은 내부의 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짐은 뚜렷하다. 진영 일각에서 쏟아내는 윤석열에 대한 저주의 언어는 살벌하다. 모든 권력을 가진 정권이 검찰총장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소 잡을 칼로 닭을 겨누는 꼴이다. 윤석열을 놔두는 아량, 공수처장을 야당과 협의해 결정하는 관용으로, 절대권력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앞에 열린우리당이라는 거울을 세워 놓았다. 노무현 탄핵에 반발한 격정적 여론이 탄생시킨 열린우리당은 견제 없는 폭주로 해체됐다. 이해찬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뼈 아픈 실패를 걱정한다. 노장의 정치적 지혜는 녹슬지 않았다. 견제 없는 권력은 맹목이 되기 십상이다. 이 정권에 윤석열은 보약일 수 있다. 윤석열이 가려내는 내부의 적폐를 도려내면, 잠시 아프겠지만 새살이 돋는다.
그래도 걱정은 남는다. 극단적인 권력집중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기출문제집이다. 당·청이 배타적 권력을 감당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 4·15 대첩은 진영을 초월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