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고 사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지난해 9월부터 돼지를 기르지 못한 인천시 강화군의 한 돼지 농가에서 20일 농장 주인이 텅 비어 있는 축사를 보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강화군, 지난해 4만3천마리 살처분
접경지 멧돼지 바이러스 잇단 검출
입식 시기 불투명에 '깊어진 시름'
정부 "재감염 우려탓 결정 어려워"

아프리카돼지열병 (ASF)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입원이 사라진 강화지역 돼지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돼지를 다시 들일 수 있는 시기도 불투명해 속만 타는 상황이다.

20일 오후 1시께 찾은 인천 강화군의 한 돼지농가. 이 농가는 지난해 9월 ASF가 발병하면서 약 2천100마리의 돼지를 처분한 곳이다. 이날 찾은 농가 축사는 '폐허'를 연상케 했다.

돼지들이 있던 우리에는 한가운데 사료통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천장비닐은 지난해 발생한 태풍 '링링'에 모두 찢어진 상태였다. 태풍이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SF가 발병하면서 시설을 채 보수하지 못했다.

농장주 A씨는 지난해 돼지를 처분하면서 수입이 끊겼다. 처분 후 약 7개월이 지나서야 최근 정부로부터 생계안정자금을 받았지만 약 400만원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6개월분으로, 1개월로 환산하면 한달에 65만원 정도였다. 한 가족이 운영하던 농가가 없어진 점을 고려했을 때 넉넉지 않은 액수다.

A씨는 "처분한 돼지에 대한 보상금은 밀렸던 사룟값 등을 갚는 데 거의 다 썼다. 수입은 '0'원인데, 분뇨처리 등 돈이 들어갈 곳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며 "ASF 발병 후 3개월은 멍하니 보내고, 이후에는 시설이나마 고치면서 지내고 있다. 올해도 다시 돼지를 기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강화군 돼지농장 5곳에서 잇따라 ASF가 발병하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39개 농가 돼지 약 4만3천마리를 살처분했다. A씨와 같이 수입원이 끊긴 농장주들은 현재 일용직이나 농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돼지를 다시 들일 수 있는 재입식 시기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돼지농가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로 ASF가 검출되지 않고 있지만, 강원도 고성군·화천군, 경기도 연천군 등 접경 지역 멧돼지 폐사체에서 여전히 ASF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9일까지 모두 545마리의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됐다.

농가에서 돼지를 다시 들여와 길러 내 소득을 얻기까지는 꼬박 1년이 넘게 걸린다. 최악의 경우 농장주들의 수입이 내년까지 '0'원일 가능성도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멧돼지에서 계속해서 ASF가 검출되면 돼지를 다시 들여도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커 재입식 시기를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피해 농가에 대한 생계안정자금을 돼지 재입식 시기까지 연장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고 경영자금 상환 연기, 이자 감면 등의 조치도 시행하는 등 피해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