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해외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등을 운영하면서 431억원을 챙긴 국제 사이버 범죄조직의 총책이 도피 생활 2년 9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이모(56)씨를 구속하고, 조직원 30명 전원을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직원 가운데 8명은 구속했다.
이씨와 일당은 지난 2005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태국, 베트남 등에 서버를 두고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허위주식·선물투자 사기 등 각종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면서 피해자 312명으로부터 43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등 국내외 사법당국과 협업·공조체제를 구축, 수년간 그를 추적해왔다. 경찰은 이씨 검거를 위한 원정 출장과 수차례 공조 끝에 지난 2월 태국 방콕에서 이씨를 붙잡아 4월 14일 국내로 송환, 지난 16일 구속했다.
경찰은 태국 경찰과 협업해 범행에 이용한 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 이씨가 태국에 숨겨놓은 재산 약 61억원(현금 38억원·부동산23억원)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씨 일당이 챙긴 국내 범죄수익금 50억원을 포함해 모두 11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을 했다. 이는 경찰이 범죄자의 해외 은닉재산에 기소 전 몰수보전 결정을 받은 첫 사례다.
김선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2년 9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국제 사이버 범죄조직원 모두를 일망타진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반드시 검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태국 교도소에서 장기간 지낸 이씨의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라 그를 압송해 조사할 때까지 방호복을 벗지 않았다. 이씨는 송환 당일 받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