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하고 구기고 빛노출… 무위자연 조형성 제시
"선을 긋는 작위는 무작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유위에서 무위로 전회하는 일체의 개념화다."
다음달 1일부터 30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 전관에서 개인전 '작위와 무작위의 전회'를 여는 이해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한 주제적 개념을 이 같이 표현했다.
그는 작위적 태도로 다양한 드로잉을 구축했고, 이를 다시 구기거나 빗물과 바람, 빛에 노출하는 등의 방치 과정을 거쳐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칠하고 구겨서 세척하여 햇빛에 말리기를 반복하면서 제2의 창조라는 또 다른 무위자연의 조형성을 제시하고자 했고, 이를 통해 무에서 유, 유에서 무가되는 또 다른 범주의 작위와 무작위를 형식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질긴 코튼지와 장지, 크라프트지 등을 오브제로 사용했지만 질료 자체에는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가령 뱀의 허물과도 같은 나무껍질은 겨울이 지나면서 벗겨진다. 이 껍질을 수집해 오브제로 콜라주 하는데 그 자체만으로 인위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 미술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무언가 빈약하거나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흑연덩어리로 묻어버린다. 그러면 나무껍질은 모든 자연물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형상만 남게되는데 이는 모든 걸 지움으로 인해 다시 태어나는 물성에 함의하면서 또 다른 무위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비롯 제주 4·3학살 사건의 항쟁을 제주 팽나무의 휘몰아치는 풍경으로 표현한 작위적 구상 작품을 일부 전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해균 작가의 이번 전시는 수원과 서울로 나뉘어 개최되는데 이 중 수원에서는 총 40여점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