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행정구역상 시흥군 의왕읍 포일리였던 포일택지개발지구 4만5천여㎡ 부지에 단독주택 148채가 지어졌다. 완만한 경사를 이룬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면 담장 위로는 높게 뻗은 나무와 꽃을, 담장 안으로는 푸른 마당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봄날 더없이 고즈넉한 이 마을로 산책 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동네 주민이 알려줬다. 외관상 80년대 주택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알고 있는 것이다. 20년 쯤 산 사람도 있고 10년 정도 산 사람도 있다고 한다. 5년 전쯤 아파트에서 살다 이 동네를 보고 당장 이사를 왔다는 사람은 아직 새 주민이다.
이 마을은 2008년 내손가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 설립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을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과 이대로가 좋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의견의 차이가 변하지 않고 10여 년이 지났다. 감정의 골은 10년 만큼 깊어졌고, 정비되지 못한 마을은 속절없이 낡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재개발 일몰제가 적용돼 올해 정비구역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앞으로 주민공람과 관계기관의 논의 등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의왕시는 올해 도시재생과를 신설했다. 10년 동안 대립한 주민들은 시의 이런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비든 재생이든 오랜 대립을 끝내고 좋은 마을을 만들어서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는 대립이 없다. 올해 재개발 일몰제가 시작됐고, 시는 도시재생과를 만들었다. 내손가구역 주민들에게는 올해가 오랜 대립을 해소하고 이 마을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길을 찾는 해가 되길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