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각종 전염병
유럽봉건제 종식한 14세기 페스트
20세기 스페인독감 미국 패권강화
바이러스 팬데믹 사회변화 가속화
모범방역국 거듭난 한국 미래준비


경제전망대 이세광2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요즘 코로나19로 평소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 설마 했던 일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제 미국산 원유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석유의 공급과잉으로 저장소가 없으니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바다에서 석유 내릴 곳을 찾아 헤매며 기다리다가 돈을 내고라도 저장해야 하는 기이한 마이너스 유가상태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은 인류의 역사를 매번 바꾸어 놓았다. 14세기 페스트, 16세기 천연두, 19세기 콜레라, 20세기 스페인 독감, 21세기 들어 사스와 메르스, 지금 우리가 혹독하게 앓고 있는 코로나19 또한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팬데믹이다. 14세기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케 한 페스트는 유럽의 봉건제를 종식시켰다.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감소되고 임금인상으로도 소작농을 구하지 못한 영주들이 파산한 것이다. 결국 시장경제가 생겨나고 화폐의 유통과 교역이 활성화 된다. 16세기 유럽에서 여러번의 유행으로 이미 면역이 된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남미에 전염된 천연두는 찬란했던 잉카문명을 속절없이 무너트렸다. 약탈하다시피 유럽으로 가져간 금은보화들은 상공업의 발달과 자본주의를 탄생케 하며 중세 암흑시대를 마감하고 근대문명으로 한 발짝 전진한다. 19세기 인도 갠지스강 하류 벵골에서 발생하여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대륙까지 전 세계를 휩쓴 콜레라는 가난과 비위생적 환경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후진형 전염병이다. 이로 인해 상하수도 시설의 정비와 공중위생법과 공공의료법이 만들어지고 의학의 발전과 방역체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20세기 스페인 독감은 세계대전 전사자 보다 많은 1억명의 사망자를 내고 지금까지 최악의 팬데믹으로 기록된다. 발병지는 미국 캔자스 미군기지인데 파견된 미군을 통해 유럽에 번졌고 제1차 세계대전 비참전국인 스페인 언론만 이 이상한 독감을 크게 보도했기 때문에 억울하게도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다. 이 일을 계기로 접종문화가 시작된다. 스페인 독감이 세계를 강타하고 영국은 몰락하고, 미국이 새로이 패권을 잡고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의 경제질서가 재편되었다.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인간을 숙주로 하여 적응하고 변형해가며 계속 살아남아 인류를 괴롭힐 것이다. 결국 인류사회의 변화를 지속 요구할 것이며 인간은 이 자연의 도전에 응전하며 변화하고 발전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숙명의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세계화를 매개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고 넓게, 더 멀리 전파되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논리로 설명하였다. 외부나 자연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과 문명은 살아남아 번창하였고, 반대는 멸망하였다. 가혹하리만큼 척박한 환경이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다. 고난을 해결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찬란한 문명을 창조하였다. 영국인들은 청어를 좋아한다. 북해에서 잡은 청어를 살아있는 싱싱함으로 런던의 밥상까지 운반하는 비법이 청어이론(메기이론)이다. 토인비는 이 청어 이야기를 통해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코로나19로 말도 안되는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사회 전반의 풍경이 바뀌어 새로운 일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근로환경을 바꾸고 온라인 쇼핑은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국가 간 거리두기는 세계화의 변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며 확실한 변화의 조짐을 느낀다. 특히 일본의 우왕좌왕하는 정치리더십은 가히 코미디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성공적 방역으로 세계의 모범방역국이 되었으며 이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이다. 건국 이후 산업화에 성공하였고 민주화를 이룬 지금, 신문명화의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 수천 년의 역사로 축적되어온 응전의 지혜로 팬데믹 이후를 발 빠르게 준비하여 이참에 일본을 확실히 밟고 세계열강에 우뚝 서 보자! IT강국의 면모다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이의 숙주인 조직문화의 변화·혁신만이 답이다.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