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돼간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확진자와 그 주변인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크다. 촘촘한 방역망에도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허를 찌르고 뒤따른 경제 위기로 생계에 직격탄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 차원의 강도 높은 방역이 실시되고 자금 지원도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고 분노와 우울감이 사회를 잠식한다.
화살은 공공으로 향하곤 한다. 낮밤도 주말도 잊은 채 방역 지원에 매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체로 비난이다. 왜 자금 지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지, 왜 교회에서 예배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그 와중에 왜 서버는 다운되는지 민원이 빗발치고 고성이 이어진다. 날선 민원에도 공공의 업이겠거니 하며 속으로 삭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부터 반년 넘게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온 공무원에게 힘든 점을 물으니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할 순 없지만 괜히 유난 떤다고 할까봐 무서워요. 사실 공무원이 해야할 일 하는 건데 '철밥통인 너네가 우리 마음을 아냐'는 얘기만 들을 거 같기도 하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은 한 공무원이 과로로 숨진 다음 날이었다.
모두가 벼랑 끝에 내몰린 힘든 시기다.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로 지쳐있는 때지만 당신 덕분에 또 우리 덕분에 어느새 이만큼 나아졌음을, 조금만 있으면 훨씬 더 나아질 것임을 잠깐이나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분에 챌린지'가 더 넓게, 곳곳에 번지길 소망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