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2일 잠실구장. 인천 동산고를 갓 졸업한 한화의 신인 류현진은 LG전에 등판해 7.1이닝 3안타 10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데뷔 선발승을 기록한다. 그의 나이 19세.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LG 팬들은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류현진의 역투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이날의 '충격의 패배'를 기억하는 LG 팬들이 의외로 많다. 류현진은 그해 201.2이닝을 던져 204개의 탈삼진과 18승으로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런 '슈퍼 루키'의 탄생은 구단은 물론, 팬들에겐 엄청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수원 kt 위즈 팬들은 14년 전 류현진으로 인해 한화 팬들이 맛봤던 기쁨을 어쩌면 올해 똑같이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19세 소형준 때문이다. 189㎝ 92㎏의 듬직한 체구. 100m 떨어진 곳에서 그를 본다면 류현진인지 소형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다른 점이 있다면 류현진은 좌완, 소형준은 우완이라는 것. 신인 투수가 데뷔 첫해 선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kt 5선발을 꿰어찬 소형준은 류현진이 그랬듯, 올해 KBO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로 개막전을 치르는 선수가 됐다.
코로나19로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우리는 그의 역투를 못 볼뻔했다. 다행히 사태가 진정되면서 시범 경기가 시작됐고, 지난 22일 한화전에 등판한 19세 소형준은 눈부신 역투를 펼치면서 6.1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날 한화 선수들이 친 안타는 고작 5개. 비록 시범경기지만 한화 선수들은 최고 150㎞ 강속구에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간간이 던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19세 루키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2015년 프랜차이즈 스타 투수 박세웅을 롯데로 보내야 했던 kt 위즈 팬들의 아픔을 19세 소형준은 깨끗이 치유해 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많은 슈퍼 루키의 출현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어디 한두 군데 이상이 생겨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1년생 소형준은 다르다. 구질도 그렇지만, 특히 그의 강철 '멘탈'은 마치 국보투수 선동열의 재림을 보는 듯해서다. 19세 소형준으로 수원 kt 위즈 팬들의 마음은 벌써 가을 야구에 성큼 다가가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