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진 동물보호활동가
염수진 동물보호활동가
최근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로 시끌시끌하다.

동물판 의약분쟁이라고도 한다. 더 이상 동물 약국에서 싸게 백신을 구입할 수 없어 불편하겠지만 언젠가 주사를 잘못 놓았다가 반려견이 죽을 뻔 했던 걸 떠올리면 환영할 일이다.

인터넷에서 백신을 따로 사다가 맞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자가 접종을 실행했었다. 그때 반려견은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부작용을 호소했다. 당황한 나는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다행히 반려견은 빠른 응급처치로 지금도 내 옆에 있다. 만약 동물병원이 가까이 있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아찔하다.

그날 나는 내원했던 동물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직접 주사를 놓는 것이 불법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동물 백신을 팔았던 약사는 아무렇지 않게 접종 방법을 설명해 줬던 것이다.

사람의 약품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 동물의 약품도 그렇지 않을까? 그 와중에 동물약국협회에서는 자가 접종을 통해 동물복지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데, 반려견을 자가 접종으로 잃을 뻔 했던 사람으로서는 정말 화가 나는 말이다. 반드시 백신 등 부작용이 있는 동물 약품만은 수의사의 손에서만 다뤄져야 한다. 그래야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안심하며 약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전문가에게 의료 행위를 받듯이 동물의 약품에도 비전문가 취급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원한다.

경제논리를 따지자면 동물약국의 백신 판매가 저렴해 도움이 되겠지만, 내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걸까? 애견인으로서 진정한 동물 복지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 약품 확대를 적극 지지한다.

/염수진 동물보호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