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니다" 여러차례 밝혔는데
태영호·지성호 탈북자 출신 당선자
北소식통(?) 언급 사망·와병 주장
일부 신문은 확인않고 인터뷰 게재
공인·공기가… '제재 시스템' 급해


김정순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도 벌써 3주째 접어든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정치 평론가들의 갑론을박 호들갑도 줄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정치적 입장 차이 만큼이나 서로 다른 논평을 내는 듯 보였지만 막말 후보에 대한 의견은 신기하게도 일치했다. 가짜뉴스 생산과 막말을 일삼던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었다. 쌈꾼보다 일꾼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표출, 일하지 않은 국회에 유권자들의 질책이 담긴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평론가들의 논평이 아니더라도 지난 선거결과는 21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은 일류인데 정치만 삼류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선자들 역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이라도 하듯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종종 보여준다. 필자 역시 역대급 초선의원 당선을 보면서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실상은 국민들의 바람과 달랐던 모양이다. 유권자들의 열망을 산산이 부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그것이다. 탈북자 출신 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세상을 혼란 시키더니 가짜뉴스임이 밝혀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가짜뉴스 당사자인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자가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시민 단체에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들을 향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특이동향이 없다며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태영호 당선자는 정부의 발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통한 북한 소식통을 언급하며 지난달 28일 CNN과 인터뷰했다. 이에 지성호 당선자까지 가세해 이달 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는 주장으로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이 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남으로써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가짜뉴스로 판명이 난 것이다.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에는 엄격한 처벌이 뒤따른다. 더구나 대한민국 입법부 국회의원 당선자라면 말 한마디의 무게가 남다른 법인데 그것도 안보와 직결된 경우는 더 준엄하게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정치적 논리로 일시적 비난이나 비판보다는 공인의 공적 책임에 근거,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차후 또 반복적인 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사회적인 논의와 대응 매뉴얼 마련도 절실하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배포한 조선일보의 경우 언론 매체로서 책임을 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대북 소식통보다 한국 정부 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논평함으로써 관련 언론의 책임을 완곡하게 표현한 셈이지만 과연 해당 언론사가 반성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뉴스이용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눈길을 끄는 뉴스가 곧 팔리는 뉴스가 된다.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유포되는 과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짜뉴스가 사회 구성원의 통합을 방해하고 극단주의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국가마다 가짜뉴스 단속을 강화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지성호·태영호 당선자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도 위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신뢰받는 정치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또 이들이 신뢰를 받아서도 안된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정치인에 대하여 사회적 제재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대응 매뉴얼 구축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