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4월 30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무관중 경기였다. 당시 볼티모어지역의 대규모 폭동 사태로 흑인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었다. 경기 도중 폭동사태 우려로 내려진 부득이한 조치였던 것. 당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 경기였다.
프로 스포츠에 관객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보통 '무관중 경기'는 물의를 빚은 구단에 내려지는 최후의 조치다. 국내 프로 스포츠 첫 무관중 경기는 2007년 축구 K3 리그인 서울 유나이티드가 받았다. 당시 서울은 대구의 한국 파워트레인과의 홈경기 중 응원단과 선수들 간의 폭력사태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무관중 경기'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제경기에서도 가끔 무관중경기가 치러진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이 그런 경우다. 북한은 2005년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심판 판정 항의와 오물 투척, 상대 선수단 위협 등으로 제3국 내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어제 프로야구 개막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5개 구장에서 열렸는데 그 어디에도 팬들의 함성이 없었다. 홈런과 안타가 터져도, 절묘한 수비가 펼쳐져도 관중석에선 함성이 들리지 않았다.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의 '언택트 세리모니'는 마치 무언극의 배우를 보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TV 중계 역시 스포츠 캐스터들이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려고 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탓에 무관중이라도 경기가 펼쳐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의 일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비록 무관중이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보니 비로소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모레부터는 K리그 프로축구도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린다. 이 모두 국민이 솔선수범해서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처했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이 우리의 프로야구를 매일 한 게임씩 중계할 정도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무관중 경기라도 하는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