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주' 주장하다 입장 바꿔
"이사 안간다" 인천시에 청원서
수개월 지지부진 이주대책 지적
환경부로부터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집단 이주를 요구하던 인천 서구 사월마을 주민들(3월 12일자 6면 보도)이 이주 대신 마을에 계속 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수개월째 진전없는 이주대책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 사월마을 주민들은 최근 인천시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마을에 계속 남아 살겠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전달했다.
청원서에는 현재 인천시가 수립하고 있는 '2040년 인천 도시기본계획'에 사월마을에 대한 개발 계획을 포함해 마을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꿔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로부터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월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집단 이주를 주장하다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3월에는 29년간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이 집단 이주를 조속히 추진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사월마을을 떠나는 것보다는 마을을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자는 데 주민들의 의견이 모였다"며 "당분간 주변 환경의 피해는 일정 부분 감수할 생각이지만 정말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이주대책이 지지부진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서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 주민대표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3월 중 이주 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용역은 현재까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SL공사가 여전히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L공사 측은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등 관계 기관이 참석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협의체 참여를 결정할 방침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위원회 개최가 2개월 정도 연기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집단 이주뿐 아니라 개발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용역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민들의 입장이 바뀐 만큼 진행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