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순회 '빈껍데기 행정' 논란
회장 인사말 끝나고 바로 오찬行
"법정법인화 내년 통과 힘든데"
이기흥회장 '연임 목적' 비판도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가 경기도체육회와의 간담회에서 세부 계획 없이 상급기관으로서의 역할론만 강조하고 지역 목소리를 듣지 않는 등 '빈 껍데기 행정'으로 전락했다.
체육회는 7일 오전 11시30분 수원의 한 식당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주재로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과 박상현 사무처장, 31개 시·군 중 28개 지역체육회장단 등 9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강원, 인천, 울산, 충북에 이어 5번째 간담회였다.
체육회는 이날 임의단체인 도체육회 등 지방체육회 선진화 추진 계획으로 제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를 골자로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처리 과제는 물론 지방체육회 성과평가 실시 및 역량 강화 교육 추진, 비영리사단법인 설립 추진 등의 청사진을 10여분 동안 발표했다.
이 회장은 "오는 20일까지 전국 순회를 끝내고 정부에 (지방체육회의)법정 법인화 추진에 대해 건의할 것"이라며 "재원에 대해서도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국가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추진할 것이며 특히 실업팀은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다음 달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에 이어 시·도체육회장단과 함께 제21대 국회 공청회를 추진해 오는 8월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 현안에 대한 최종 정리를 이룬 뒤 연말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체육회의 계획이 쉽게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감사기관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등 상임위원회 구성 문제가 20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이르면 6월 중순께 정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총선 후 7~8월 국회는 사실상 업무 파악 및 여름 휴가철을 맞기 때문에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9월이 되면 문체위 등 전체 상임위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준비에 집중하고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국감에 착수한 뒤 11~12월까지 2021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를 위해 전 상임위가 풀가동 한다.
즉 이 회장이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를 위한 법 개정을 이루기 위해선 국회 의장단을 비롯해 여야 원내 교섭단체, 신임 문체위원장·간사 등을 만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간은 8~9월 등 2개월에 불과하다.
사실상 이 회장 등 체육회와 시·도체육회장단이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달라붙는다고 해도 여야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올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그럼에도 체육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 회장의 인사말을 끝으로 "이제 식사하면서 지역 체육회장들의 건의사항을 듣겠다"고 밝힌 뒤 오찬을 했다.
지난해 체육회가 진행한 시·도(시·군·구)체육회 순회 간담회에선 마이크를 준비하며 사무국장들의 건의사항을 들었지만 이날 간담회는 아예 없었다. 이 회장과 같은 테이블이 아니면 말을 붙이지도 못했다.
A체육회 회장 등 복수의 인사들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냈지만 들어준 것은 '0건'이었다. 올해는 발언 기회도 없었다. 밥 먹기 위해 수원에 온 게 아니냐"며 "법정 법인화는 시·도체육회가 한 뜻으로 추진해도 내년 상반기 통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연임 문제 때문에 억지 간담회를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