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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유흥업소의 모습./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관련 확진자가 서울·경기·인천은 물론 멀리 충정·부산·제주 지역까지 확인되면서, 연휴를 앞두고 느슨해졌던 방역의식이 결국 코로나19 전국 재확산 우려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여파로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보다 34명이나 증가해 지난 4월 12일 이후 28일 만에 다시 30명대로 올라섰다.

방역당국은 4월말~5월초 연휴기간 중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을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인원이 많은 데다가 클럽에 작성된 명단이 상당 부분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난관에 빠졌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해당 시기에 클럽 방문 이력이 있을 경우 증상이 없어도 모두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하며 감염 확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34명 늘어 총 1만87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34명 중 26명이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이중 대부분이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이다.

지역사회 감염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3명, 경기 6명, 충북 2명, 제주 1명이다.

전날 지역사회 감염이 17명(서울 12, 경기 3, 인천 1, 부산 1) 발생해 이들이 모두 이태원 클럽 관련으로 확인된 것을 감안하면 이틀간 40명이 넘는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통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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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는 서울·경기·인천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는 용인은 물론 안양과 성남, 고양, 남양주 등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가, 감염자의 가족이나 접촉자가 확진 판정을 받는 '3차 감염'도 발생하면서 지역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성남시의료원 간호사(26·남)의 경우 어머니와 형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파악된 접촉자만 108명에 달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지역 역시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20대 남성의 접촉자가 확진판정을 받는 등 '3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시는 클럽 출입자 명단을 확보하고 추적에 나서는 등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시와 용산구가 확보한 조사 대상자(클럽 출입자)는 총 7천222명이며, 이들에 대한 추적 조사와 방문장소 방역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클럽 출입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클럽들이 작성한 출입자 명단이 상당부분 부정확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방역 당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제가 된 이태원 클럽들에서 작성한 명단을 확인한 결과 상당 부분 정보가 부정확했다. 출입자 명부의 1천936명 중 637명만 통화가 됐고 나머지 1천309명은 불통"이라며 "불통인 사람들은 경찰과 함께 반드시 검사를 받게끔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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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임시 휴업에 동참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에 유흥시설 준수사항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진단감염이 발생하자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룸살롱 등 모든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발동했다. 경기도 내 각 지자체들도 재난알림 등을 통해 '연휴기간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검사를 받을 것'을 강조하며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이 당초 파악된 용인 66번 환자에 의한 단일 전파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전파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클럽 방문자 중 용인 66번 확진자와 같은 날 증상이 발현한 사례가 여럿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여러 산발적인 감염 고리가 이태원의 클럽을 통해 집단적으로 터졌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방역당국이 그동안 우려해온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실례로 드러나는 것으로, 방역당국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방역대책과 국민들의 생활방역 상황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