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대빌라 청소회사 책임자 지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인권 침해'
논란업체 "문제땐 다른방법 모색"
LH의 임대 빌라를 청소하는 A(67·인천 연수구)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어이없는 지시를 받았다.
빌라 청소할 때 해당 건물 앞에서 자신의 얼굴이 나오도록 '셀카'를 찍어 보고하라는 지시였다.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이뤄진 이 지시에 10여명의 동료들은 청소 현장에서 '자신이 이 장소에서 청소했다'는 취지의 인증 셀카를 찍어 회사 단톡방에 올려야 했다.
동료들은 "무슨 좋은 일을 한다고 셀카를 찍어서 보내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고, 심지어 "수치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대체 왜 찍어야 하느냐고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뚜렷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며 "수치심은 물론 모멸감까지 느낀다"고 했다.
셀카를 찍어서 보고하라는 지시는 LH와 계약을 맺은 위탁관리업체의 책임자가 바뀐 이달 초 내려졌다. 이전엔 활동기록을 주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는데, 청소 관련 민원이 많아 인증 셀카를 찍어 보내도록 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해당 책임자는 "우리가 관리하는 임대 빌라가 인천을 비롯해 김포, 시흥, 광명, 부천 등지에 410여개 동에 달하는데, 청소 불만 등 민원이 많아 셀카를 찍도록 했다"고 했다. 수치스럽다는 호소에 대해선 "자기 직업을 창피하게 느끼는 게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체의 셀카 지시가 인권침해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공인노무사는 "작업현장에서의 셀카를 강요하는 지시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와 비슷한 경우, 국가인권위 권고 사례도 있는 만큼 인권위에 정식으로 진정을 요청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셀카 지시가) 현장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시행 전 노측과 사측간 충분한 논의 후 진행했으면 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LH 인천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업체의 지시가 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셀카 지시를 했던 업체는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된다면 셀카 보고를 안 받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청소업무 끝나면 인증셀카… "모멸감 느낀다"
입력 2020-05-10 20:49
수정 2020-05-1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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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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