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대상 단발성 범죄 아닌
사전계획·의도적 접근 악의적 양상
지속적 표적·교묘한 이용 잔혹함도
10대 관련 상담 4년새 두배이상 ↑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가 불법 수익 등의 목적을 가진 형태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단발성이 아니라 박사방과 n번방 등 범죄집단의 그루밍수법으로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는 악의적인 계획범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8)군은 지난해 12월 자신과 찍은 성관계 영상을 SNS에 유포하겠다고 B양을 협박해 불러냈다.
A군은 친구 3명과 영상 촬영, 편집 등 역할을 분담해 B양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촬영했다.
이 영상을 페이스북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A군은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B양에게 "예쁜 친구를 데리고 오면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며 또 다른 범죄 대상을 물색했다.
A군은 결국 경찰에 붙잡혔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음란물 소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160시간 사회봉사명령과 15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인천의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C(17)군은 지난해 6월 집에 가던 D양을 발견하고 범행 표적으로 삼았다. 둘은 처음 본 사이였다. C군은 게임을 하자고 접근해 D양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이름과 학교, 학년은 물론, 집 주소까지 파악했다.
신뢰를 쌓아 친밀감을 느끼도록 했다. 그런 뒤 본색을 드러냈다. C군은 D양에게 특정 부위가 나온 사진을 보내라고 강요했고 "안 보내면 네 얼굴이 나온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른바 그루밍 수법이었다. 경찰에 체포된 C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40시간 사회봉사명령과 15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가 조직화하고 치밀해지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A군의 경우 친구 3명과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를 '협박'해 원하는 걸 얻어냈다.
친한 친구 중 예쁜 애를 데려오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걸며 또 다른 희생양을 요구하는 잔혹함도 나타냈다. C군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정호 인천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이전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지만, 요즘은 범행 대상자를 정한 뒤 친분을 쌓고 길들여서 원하는 사진이나 영상물을 얻어내는 '치밀한 계획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피해자는 주변에 알려질까 봐 사실을 말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범죄 표적이 되고, 가해자는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해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들의 'n번방'이 무수히 많다"고 했다.
김현숙 인천시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팀 직원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청소년 성범죄는 혼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또래들과 함께 범행을 모의하는 등 조직화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고 했다.
성 관련 범죄나 일탈 행위로 인천시청소년문화센터와 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 등 인천지역 전문기관에서 교육·상담을 받은 10대는 2016년 578명, 2017년 754명, 2018년 810명, 2019년 1천320명으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집중진단-진화하는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上)]조직화·치밀해지는 범행수법
회유·협박 그루밍까지… 숨은 'n번방' 많다
입력 2020-05-18 21:02
수정 2020-05-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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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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