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재택근무' 개념 최초 등장
성공의 핵심은 '직원 자율권' 강화
감독 아닌 '성과 중심의 문화' 필요
지구 온난화 대응하는 '친환경 정책'
어느 정도 재택근무가 실시되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으나 일부 조사 등에 따르면 몇 주간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재택근무에 따른 다양한 애로 사항에서부터 적극적인 장점까지 많은 의견들이 올라왔다.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어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고, 방해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반면에, 혼자 일하는 외로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일과 삶의 균형의 붕괴, 근무시간 이외의 근무지시, 논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에서 오는 스트레스, 가족과 자녀의 업무 방해 등의 부정적 효과를 토로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서 기업들은 재택근무에서 대부분 정상근무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준비 없이 급격하게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수주 간의 재택근무 경험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도 많았겠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은 우리에게 '이미 와 있는 미래'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앞으로 재택근무라는 미래는 정말 앞당겨질 것인가?
사실 우리나라의 재택근무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무척 낮은 1% 미만 수준이었다. 미국은 3%, EU 전체가 5%이고, 가장 높은 비율은 네덜란드로 13.7%가 재택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원격근무(재택근무)란 조직의 근무자들이 적어도 주 1회 이상 집, 위성사무실, 원격근무센터 등 기존 사무실 중심 근무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정보통신장비를 사용하여 일하는 대안근무를 의미한다.
재택근무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재택근무라는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75년이다. 미국 LA로 출근하던 한 과학자는 러시아워로 길에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했다. 긴 차량 통근은 교통정체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직장인들도 매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한국의 통근시간은 평균 40분(편도)으로 OECD 평균 통근시간 23분 보다 약 두 배에 달한다. 그 과학자는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 보험회사의 재택근무를 시험하였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어서 곧바로 중지되었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1990년대에 접어들며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재택근무 성공의 핵심은 ICT 기술이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것이냐, 직원들의 자율권을 강화할 것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재택근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과정에 대한 감독이 아니라 성과와 결과 중심의 업무문화가 필요하다. 눈 앞의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듯이 보여야 안심하는 수직적 통제방식으로는 재택근무에 성공할 수 없다. 업무위임이 명확하고 책임과 자율권이 주어져야 집이나 어디서든 독립적, 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자율적이고 성과중심의 업무문화는 바로 생산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직적 통제방식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이는 낮은 생산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성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생산성의 향상을 의미한다.
정부가 코로나19 포스트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언택트, 비대면 ICT 일자리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부분이 공급중심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쏠려있다. 재택근무는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아니고 온라인으로 협력하는 온택트(Ontact)이다. 온택트 근무라는 수요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고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온택트 근무는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정책이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