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과 개선문은 파리시의 명물이다. 베이징엔 자금성이 있고, 호위무사 만리장성이 버틴다. 런던은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타워브리지에, 빨간색 2층 버스가 시내를 누빈다. 그 나라와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다.
국가와 도시는 고유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상징을 만들었다. 국기(國旗)와 휘장, 엠블럼 등이다. 파랑 빨강 흰색의 프랑스 국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한다. 대혁명 정신을 담았다.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의 문형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국기를 합친 것이다. 통일과 화합의 정신이다.
다국적 기업의 엠블럼은 국기보다 더 자주 볼 때가 있다. 삼각형 모형의 유명 자동차 엠블럼이나 누구나 아는 콜라회사의 심벌마크가 그렇다. 오대양 육대주를 원에 담은 올림픽기는 지구촌 축제의 상징이 됐다.
경기도가 도기(道旗) 문형과 슬로건을 바꾼다고 한다. 도의 정체성과 위상을 반영하고 도민의 자긍심을 높일 새로운 상징물(GI·Government Identity)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지금 쓰이는 슬로건은 'Global Inspiration, 세계속의 경기도'이다. 2005년 손학규 전 도지사 시절 제정됐다. 세계 각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영감들이 교차하는 글로벌시대에 경기도가 첨단지식과 기술, 창조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동북아 경제시대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다. 도 마크는 도내 시·군들의 강력한 네트워크와 팀워크를 상징하는 동시에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네트워크를 상징한다.
그런데 '세계속의 경기도'는 의미가 모호해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도민 설문조사에서도 새로운 GI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면 의미도, 해석도, 평가도 달라진다.
새 상징물 개발을 위해 전문가자문위원회가 운영된다. 전략, 디자인, 홍보마케팅 전문가 16명이 참여한다. 도민 아이디어를 반영하기 위한 공모전도 열린다.
수년 전 서울시가 도시 브랜드를 'I.SEOUL.U'로 바꿨다 혼쭐이 났다. '나와 당신이 이어지며, 함께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의미라지만 '도대체 뭔 뜻이냐,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았다.
도민들은 스카이 블루톤 바탕인 '세계속의 경기도'에 익숙하다. 이왕 바꾸는 것, 명품 GI를 내놓았으면 한다. 그래야 섭섭함과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