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4년차 진입 경이로운 '71% 지지율'
코로나 앞에 경제비판 대중도 '희망봉' 지목
지선 개입의혹등 정권비판 이슈 모두 '각설'
임기말 전례없던 '힘'… '민주주의 운명'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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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지지가 경이롭다. 취임 3년을 마치고 4년차에 진입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71%다. 한국 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결과다. 40대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무려 85%다. 전 연령대에서 60%대를 훨씬 웃돈다. 중도층(69%)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섰다. 문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지지율은 27%에 그쳤던 김대중·노무현을 압도하고, 40% 초반에 머물렀던 이명박·박근혜를 굽어본다. 진보, 보수 진영을 통틀어 전직 대통령들이 꿈도 꾸지 못한 경지다.

과거 정치 관행대로라면 지금쯤 문 대통령은 서서히 권력 누수를 걱정해야 할 시기다. 전례 없는 초 거대여당의 출현은 그 자체로 집권세력 내부에 신구 권력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을 것이다. 정국 주도권은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넘어가고, 여론과 언론도 차기를 노리는 대권 잠룡들의 언어와 행보에 집중할 때다. 그런데 여당 내부에서 누구 하나 고개를 쳐드는 잠룡이 없다. 용은커녕 이무기 흉내조차 삼간다. 대신 대통령에 대한 헌사가 넘친다. 대통령은 태종과 같고(이광재), 지난 3년 위기극복 리더십을 발휘하셨으며(정세균), 대통령을 모신 건 제 일생의 큰 영광이니(고민정),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다(박범계).

임기 말을 향해 걸음을 뗀 문 대통령을 향한 초현실적인 국민적 지지와 거대여당의 복속은 정치사에 없던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장면이다. 무엇이 이처럼 이례적인 정치현상을 초래했을까. 코로나바이러스 말고는 설명할 만한 변수가 없다. 죽음의 망토를 걸치고 등장한 코로나는 인류의 삶 전체를 새롭게 규정할 기세다. 2019년을 기준으로 AC(After Covid19)라는 새 연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농담이 진담이 될 판이다. 코로나 출현은 예수 탄생만큼이나 역사적이며 등장 전과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를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코로나가 문 대통령을 우뚝 세웠다. 경제 침체를 이유로 그를 비판했던 대중들도, 자신의 생명을 지켜 줄 희망봉으로 그를 지목했다. 공포에 직면한 대중은 공포를 해결해 줄 초월적 권위와 권력을 찾거나 만들어낸다. 대중의 시선에 딱 한 사람 문 대통령이 포착됐다. 보수 야당은 스스로 공포 해소자의 역할을 걷어찼다. 정치적 대안과 비전과 인격을 상실한 보수 정치인들은 대통령을 슈퍼히어로로 빛내주는 빌런(악당)을 자처했다. 빌런이 날뛸수록 대중은 슈퍼히어로에 집중했다. 성공적인 방역은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경제위기, 내로남불 도덕성, 지방선거 개입의혹 등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전개된 정권 비판 이슈들이 모두 각설(却說)됐다. 코로나 초기방역 실패론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이런 추세라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는 쉽게 꺾일 기미가 없다. 일각에서는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 찾아올 파국적 경제에 놀란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야당의 찌질한 빌런 짓이 이어지고, 여권의 잠룡들이 대통령의 친위 여론에 예속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통령의 나홀로 독주는 임기 말까지 충분히 가능하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차기 권력을 사실상 선택하고 세우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하다. 태종과 같은 대통령, 공상이 아닐 수 있다.

사법, 입법권력 장악에 이은 국민 지지율 70%. 과연 코로나가 선물한 특별하고 예외적인 권력은 대통령에게 행운일까. 임기 말 대통령에게 전례가 없었던 권력이니 답도 없다. 해답은 특별한 권력의 주인공인 대통령이 직접 써야 한다. 취임사에서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어떤 대통령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점 권력을 가졌다. 그 권력으로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그 자체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 민주주의의 운명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렸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