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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은 1921년 6월 21일 문을 연 효창원 골프장이다. 소나무가 멋지게 우거져 있던 조선왕실 묘역 효창원을 빙 둘러 9홀 골프장을 조성했다.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던 일제의 의도가 분명했다. 하지만 총 길이가 2천322야드에 불과해 행인이 공을 맞기 일쑤였다. 또 조선 왕실묘소에서 일본인들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에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아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1924년 7월 원산 송도원 골프장이, 1924년 8월 대구 외곽 비파산 기슭에 대구골프장이 개장했다.

최초의 18홀 정규 규모 골프장은 1930년 6월 문을 연 경성골프구락부. 영친왕이 현 광진구 군자리 부지 30만평을 무상 임대하고, 건설 비용을 모두 지원했다.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가 1954년 7월 재개장하면서 6천750야드(파72) 국제 규모 골프코스를 조성하고 이름도 서울컨트리클럽으로 바꿨다.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장교들이 주말마다 골프를 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가자 이를 유치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1958년 6월 최초의 프로 골프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인천공항 제5 활주로가 영종도 스카이 72 골프장 자리에 들어서게 되면서 바다 코스(54홀)가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골프장 스카이72는 2002년 토지 소유주인 인천공항공사와 2020년 말까지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스카이72는 2005년 문을 연 뒤 수도권 최대 골프장으로 성장했다. 연 40만명이 찾아 인천의 지역경제 발전에도 한몫했다. 특히 이번에 사라지는 바다 코스내 오션코스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가 열린 명문코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골프장이 폐쇄돼 자취를 감추거나 일부 흔적만 남아 추억만 깃들어 있는 곳들이 많다. 전쟁으로, 또는 도심이 팽창하면서 학교, 공원 부지 등으로 바뀌면서 많은 골프장이 폐장했다. 서울대학교가 관악으로 옮기면서 그곳에 있는 관악골프장이 사라지고 대신 1971년 화성 동탄으로 옮겼다가 현재는 리베라CC로 바뀌었다. 뚝섬 골프장은 '서울숲'조성공사로 2004년에 사라졌고, 경북지역의 명문이던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은 2017년 2월 우여곡절 끝에 사드가 배치돼 군사지역으로 바뀌면서 비운의 골프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