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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發 등교연기 속 피로감 증폭
출석체크 지연 속출… 일일이 전화
생활리듬 깨지고 집중력도 떨어져
한밤중 과제문의 등 담임들도 지쳐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예정된 등교 수업이 연기되는 등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고 있다.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실 수업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력도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지친 학생들을 달래가며 학업을 이끌어야 하는 교사들 역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오전 찾아간 석남중학교 3학년 교무실에서 만난 황동욱(26) 교사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조회 출석 체크 '데드라인'을 5분 남겨둔 9시 5분이 되자 3반 담임 황 교사는 분주해졌다.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구글 클래스룸 학습방에 17명의 학생 가운데 5명의 학생이 출석체크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아 이제 일어나야지?", "○○아 학교 가자"며 학생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전화를 받은 학생들은 뒤늦게 출석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나마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경우는 다행.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한 학생의 전화기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켜질 줄을 몰랐다.
황 교사는 "한 학생에게만 많게는 5~6번 이상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늦었다는 아이들의 변명을 듣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바로 옆 4반의 상황도 비슷했다. 18명 가운데 4명이 제시간에 출석체크를 하지 않아 결국 지각했다. 4반 담임 최영웅(30) 교사는 "원격 수업 초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던 아이들도 차츰 집중도가 낮아지고 긴장이 풀리고 지쳐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했다.
체육교과 교사인 최 교사는 "구기 종목이나 운동장 활동 등 재미있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원격 수업 환경에서 제한적인 운동만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빨리 상황이 좋아져, 등교수업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교사들의 고충은 출석 체크와 수업 준비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집에서 매일 주어진 과제를 소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새벽 1~2시에도 스마트폰 메신저나 전화로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연락해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선생님 수업이 너무 재미없다", "설명을 들어도 도통 모르겠다"는 등 과제나 수업 게시판에 학생들의 스트레스 섞인 댓글이 올라오며 교사들이 상처를 받는 일도 일상이 됐다.
하미현 석남중 3학년 부장교사는 "대부분 학생이 잘 따라오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며 규칙적인 생활 리듬이 깨진 학생이나, 수업 집중력이 낮아진 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모두 노력하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