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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인증 셀카를 찍어서 올리라는 게 문제가 있다면 바꾸겠습니다."

청소 현장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이 보이도록 셀카를 찍어 내부 단톡방에 올리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위탁관리업체는 경인일보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인증 셀카는 시행 10일 정도 만에 끝나게 됐다.

인증 셀카는 청소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민원에 따라 관리를 강화하려던 업체 측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60대가 대부분인 청소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들은 빗자루, 걸레통과 함께 있는 상황을 자신의 모습과 함께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그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부끄러웠다. "남사스러웠다", "모멸감을 느낀다"는 표현도 했다. "왜 이런 걸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노동자들의 질문에도 업체 측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 측이 요구한 인증 셀카는 인권침해 여지도 충분했다. 작업 현장에서의 셀카를 강요하는 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은 유야무야 없어지게 됐지만, 청소 노동자들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서로 '존중'을 해주면 한 사람과도 오래 사귀고 정을 나눌 수 있다. 우리를 존중했다면 이런 결정을 쉽게 했겠는가"라고 했다.

서로 존중하며 함께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책을 찾았다면, 상처가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라는 뜻의 '존중'은 국어사전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여선 안 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