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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그만두고 사진가가 된 아내. 실직과 잇따른 사업실패에도 자신의 꿈을 좇는 남편. 대안학교 졸업 후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쌍둥이 딸들까지. 범상치 않은 이 가족은 현실에 지칠 때마다 자신들의 '해방구' 봉산리 시골집을 향한다. 그 누구도 나에게 책임과 역할을 강요 하지 않는 곳. 자유로운 그곳에서 가족은 각자의 꿈을 안고 성장해나간다.

전작 '서울염소'에서 부부가 서로 마주보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풀어냈던 오인숙 작가는 이번 사진집 '별일이야, 우리가족'(컬처북스 刊)에서는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이야기 한다. 대학생이 된 아들과 쌍둥이 딸들. 외벌이로 자식 셋을 키운 고단했던 그 과정을 사진에 담고 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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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별일이야, 우리가족'에 실린 가족사진. 오른쪽이 오인숙 작가.

'애들한테는 부모가 태양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아…. 태양이었던 부모도 작은 별이 되고 부모나 자식 모두 각각이 별이 되어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는 거지. 서로의 중력장을 갖고….'('스물둘, 서로 바라본다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평범한 삶'의 궤도를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 한다.

"저런 사람은 특별해서 그래." "저렇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니, 다 평범하게 사는 거지."

오인숙 작가의 가족들 역시 그 중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인숙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 사진과 글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겉보기에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평범한' 다섯 명 가족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가장이라는 자격지심, 어린 자식을 외지로 떠나보내는 불안함 같은 것들이다. 

특별해 보이는 이 가족도 사실 남들과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하면, 이들의 특별함이 만들어 냈던 '거리'는 단박에 사라지고 그들의 자유로움에 슬그머니 동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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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사온 생선을 손질해 빨래줄에 걸어놓고 꾸득꾸득 마르기를 기다리는 오인숙 작가의 남편. /'별일이야, 우리가족' 중에서

오인숙 작가는 가족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를 '늘 믿음으로 기다려주는 가족의 존재와 일상'이라고 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삶의 자세. 그것이 이 가족을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가족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 100여장을 이 책에 담았다. 하나 하나 사진을 보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치 오인숙 이라는 감독이 펼쳐낸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출간 기념 전시회인 '오인숙 사진전: 남편은 봉산리 김씨' 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갤러리 꽃피다'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222쪽. 1만8천원. 

/임지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