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계 최대의 라이벌 마이크 타이슨과 에반더 홀리필드가 연출한 장면들이다.
#장면1: 1997년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리매치로 치러진 WBA 헤비급 타이틀전. 화끈한 인파이터와 노련한 아웃복서의 수준 높은 경기가 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홀리필드의 지능적인 헤드버팅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것이다. 타이슨의 별명이 '핵주먹'에서 '핵이빨'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간에는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 살점을 삼켰다는 끔찍한 말까지 나돌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려 했지 야수를 보려 한 게 아니다"라며 방송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타이슨은 자격정지와 함께 수십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장면2: 2009년,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오프라 윈프리쇼'에 두 '앙숙'이 나란히 출연했다. 방송에서 타이슨은 홀리필드에게 사과를 했고 홀리필드는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였다. 둘은 악수와 포옹까지 하면서 12년 만에 앙금을 털어냈다. 물론 '방송용'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장면 3: 앞서 제기된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장면이다. 방송 출연 후 몇 년 뒤, 타이슨이 홀리필드 저택의 초인종을 누른다. 홀리필드가 문을 열자 타이슨이 "미안해, 에반더!"라며 작은 선물상자를 내민다. 홀리필드가 내용물을 꺼내 들며 놀란 표정으로 "내 귀잖아?"라고 말하자 "내 입안에 남아있던 걸 챙겨뒀었어"라는 타이슨의 말이 이어진다. 홀리필드는 두 팔을 벌려 타이슨을 맞이하고 둘은 '격하게' 껴안는다. 사실 홀리필드의 귀는 경기 직후 봉합수술을 받아 멀쩡하다. '장면 3'은 미국의 한 쇼핑몰 광고영상이다. 자본주의의 힘은 '숙원'(宿怨)을 '상품'(?)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타이슨 VS 홀리필드'보다는 '타이슨 & 홀리필드'라는 표현이 둘에게 더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장면 4: 장면 4는 아직 개봉박두다. 54세의 타이슨과 58세의 홀리필드가 링 위에서 다시 맞붙는 장면이다. 외신에 따르면 타이슨의 복귀가 임박했다고 한다. 복귀전 상대로는 홀리필드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감동을 불러올 만한 노(老) 복서들의 투혼인데, 상업적 냄새가 너무 진하다. 그래도 '장면4'를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