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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NLL(북방한계선) 해역은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남북 충돌이 잦았던 곳이다.

긴장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서해5도 주민들의 가장 큰 숙원은 NLL 해역의 어업구역 확대와 야간 조업 연장이다. 지난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그나마 조업 구역이 확대됐고 야간 조업 시간 또한 늘어났지만 이 곳 어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서해5도 어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오히려 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이 오는 8월부터 시행돼 반발이 거세다. 8월부터 남북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민을 처벌하는 어선안전조업법 시행을 앞두고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선안전조업법은 안전한 조업에 필요한 각종 사항을 규정하고 어업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제정됐다. 이 법에는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선에 대한 벌칙 규정도 담겼다. 그동안 어민들은 조업한계선 등을 넘거나 군 당국의 통제에 불응하는 등 각종 제한 조치를 어기면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같은 행위를 했을 때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판문점 선언 이후 서해5도 해역에서의 조업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어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규제 법령이 만들어져 NLL 해역 조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남북 평화를 지향하는 현 정권의 기조와도 반대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서해5도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이곳 주민들을 한껏 추켜세웠었다. 아직 이 말이 유효하다면 어선안전조업법은 즉각 수정돼야 하는 게 맞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