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미필적 고의 인정된다" 판단
아동 '재학대' 복지부 전수조사도
5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때려 살해한 20대 계부(4월 13일자 6면 보도)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보호시설에서 가정으로 복귀한 아동의 '재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있던 실태를 확인하게 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고은설)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A씨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20시간 넘게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첫째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온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동안 A씨는 범행을 전반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증인과 증거를 조사한 결과, 피고인에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손과 발이 묶인) 아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한 시점에는 '그대로 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 때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B군은 2017년에도 A씨에게 학대받아 법원의 '보호명령'으로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중순 보호명령이 끝나고, 한 달여 뒤 B군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B군을 살해했다. B군이 숨지기까지 법원·경찰·지자체 등 관련 기관들은 '재학대'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올해 초 전국 보호조치 종료 아동의 안전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