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리신' 포함돼 노출 우려
안내문구 설치에도 견주들 불안
매년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인천 계양꽃마루에 맹독성 물질이 포함된 '유박비료'가 살포됐다. 반려견에 대한 노출 위험성이 큰 상황(4월 22일자 6면 보도)이라 견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19일 계양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0일 계양꽃마루에 식재된 핑크 뮬리, 쑥부쟁이 등에 유박비료 약 15㎏을 뿌렸다. 살포 면적은 700㎡다.
계양구는 유박비료가 다른 비료에 비해 악취가 덜한 점, 바람에 쉽게 날리지 않는 점, 땅에 스며드는 기간이 3~6개월로 비교적 긴 점 등을 고려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비료에 맹독성 물질 '리신(Ricin)'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유박비료는 통상 '피마자'라고도 불리는 아주까리 씨앗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만들어지는데, 이 씨앗에 리신이 함유돼 있다.
리신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천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소량만 섭취해도 치명적이다. 지난 2013년 한 테러범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출된 게 바로 리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리신을 생물학 테러(Bioterrorism)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CDC에 따르면 리신에 대한 해독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개가 이 비료를 섭취했다가 죽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견주들의 불안이 크다. 특히 계양꽃마루는 인근에 반려견 놀이터까지 있어 개와 함께 찾는 시민이 많은 곳이다.
계양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놀이터 이용객은 약 3만1천명으로, 이들은 약 2만4천 마리의 개를 데리고 이곳을 이용했다.
현재 계양꽃마루에는 '유박비료를 살포했으니 반려견이 출입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설치돼 있다.
2살 된 비숑을 키우고 있는 조모(33·여)씨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계양꽃마루에 유박비료가 뿌려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최대한 뿌려진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혹시라도 개들이 먹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인천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이 도화지구 공원 6곳에 유박비료를 뿌리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양구 관계자는 "식물 특성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유박비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개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밧줄을 설치했고, 앞으로도 비료 사용 시 견주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