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어디 가?/ 펭생핵교 간다. 잘 놀고 있어라잉/ 펭생핵교? 거기 가선 뭘 해?/ 가나다라도 배우고 일이삼사도 배우제/ 흰 머리 곱게 빗고 엉덩이 가방 메고/ 우리 할매 신나게 펭생핵교 갑니다."
문삼석 시인의 '펭생핵교'란 시다. 펭생핵교(평생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한 노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만든 배움터다. 설레는 등굣길, 할머니와 손자가 나누는 구수한 대화가 정겹기만 하다. 역시 사투리에는 표준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이 깃들어있다.
'펭생핵교' 만큼이나 등굣길을 즐겁고 재미있게 표현한 음악은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작곡한 '학교 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친구들과 장난쳐가며 학교로 향하는 개구쟁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인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꼽힌다.
하지만 학교 가는 길이 이처럼 신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14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에서는 히말라야의 칼바람만큼이나 가슴 시린 등굣길이 소개된다. 히말라야 라다크지역의 오지마을 주민들이 1년에 단 한번 열리는 얼음길인 '차다'(chaddar)를 건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10일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다. 20㎏이 넘는 짐을 등에 멘 아버지들은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아이를 보듬으며 이 길을 걷는다. '차다'를 지나기 위해서는 바지를 벗은 속옷차림으로 얼음이 깨진 강을 건너야 하고, 목숨을 걸고 벼랑을 타야 한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나 같으면 학교 안 다니고 만다"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말로는 부족한 경이로운 교육열이다.
20일 고3 학생들의 등교를 시작으로 학교 가는 길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그 길이 '펭생핵교' 가는 길이나 흥겨운 선율의 '학교가는 길'이 아닌 히말라야의 얼음길과 닮아 있다. 한마디로 험난하고 위험한 길이다. 그래도 얼음길 '차다'의 끝에는 희망의 상징인 학교가 있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얼음강 건너니 낭떠러지 나오듯, 수차례 연기 끝에 교문을 열긴 했지만 학교조차 안전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등교 첫날부터 인천에서는 10개 군·구 가운데 절반인 5개 구 고교의 학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안전한 '학교 가는 길'은 언제쯤이나 활짝 열릴까.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