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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고가 신인(神人)을 만나 받아서 전했다는 비결인 격암유록(格庵遺錄)은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와 비견된다. 미래의 일을 인간은 알 수가 없지만 신은 알 수가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 미래를 아는 문제인 지래(知來)에 대해서는 주역에서도 신이지래(神以知來)라 하여 신(神)을 써야 미래를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일정한 영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신은 상대적 세계 안에 일정하게 가두어놓을 수 없는 변화의 작용이다. 그래서 신은 일정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우주적 시간거리로 표현하는 상당한 거리일 수 있지만 인간이 그 통증을 동시적으로 느끼듯 신에게 현재와 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남사고는 조선시대 천문학 교수였는데 아버지의 묘를 명당으로 잡기 위해 아홉 번이나 터를 옮겨 구천십장(九遷十葬) 남사고라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신인이 전해주었다는 비결서 격암유록은 비유적으로 되어있어 난해하다. 미래의 일을 말할 때 비유로 하는 이유가 있다. 미래가 확정되지 않아 상징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천기를 누설하면 누설한 이의 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아는 이들이라면 예로부터 모든 비결은 비유이며 상징이고 또 발설하길 꺼려하기 마련이다. 그 남사고 비결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자(殺我者)는 소두무족(小頭無足)이니 신부지(神不知)라." 풀자면 "나를 죽이는 자는 작은 머리에 발이 없으니 신도 알지 못한다"이다. 요즈음 이 비결을 두고 코로나19라고들 하는 의견이 나온다. 생김새가 꼭 머리만 있고 발은 없으며 또 극소의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비결이란 상징이라서 그와 비슷한 현실이 전개되면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도 있으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