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9억 보조금으로 버텨… 축구단 "가능한 수준 3자간 합의 먼저"
'비영리' 시체육회 전력 누수 보완… 마케팅·홍보·스카우트 지원도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Utd)가 여자 실업핸드볼 인천시청팀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체육계가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인천Utd의 실무진이 머리를 맞댔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한국 여자핸드볼의 산실이자 국내 최강 실업팀으로 인정받던 인천시청 선수단의 옛 명성을 되찾자는 것과 다른 하나는 '풋볼 클럽'(FC, Football Club)인 프로축구 시민구단 인천Utd를 유럽 선진 모델인 '스포츠클럽'(SC, Sports Club)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체육계 일각에선 지역스포츠의 체질개선이라는 장기적인 과제 앞에서 '예산문제' 등의 세부 현안만을 부각하며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이번 사안에 대한 허와 실을 분석해 본다.

■ '예산증액'이 통합 전제 조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체육계 일각에선 인천Utd가 시청 핸드볼팀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인천시에 예산 증액부터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천Utd가 자구적인 재원마련이나 투자계획 없이 시청 핸드볼팀 운영 예산을 15억원으로 늘려 달라고 해 협의가 시작부터 겉돌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시청 핸드볼팀을 시체육회에 위탁해 연간 운영비로 9억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인천Utd는 최근 첫 3자 간 실무회의 때 공유한 시청 핸드볼팀 인수 추진 계획안에서 연간 운영비로 15억원을 적시한 것이 여자핸드볼 리그에 참가 중인 타 구단들을 참고한 것일 뿐 예산 증액 요구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여자핸드볼 실업팀(8개) 중 SK그룹이 지원하는 팀이 23억원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팀은 12억~15억원을 지출한다.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만 해도 연간 운영비로 인천시청의 두 배인 18억원을 쓰고 있다. 인천시청팀도 한때 예산 삭감이 되기 전에는 1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다.

인천Utd 관계자는 "지금의 운영비로도 시청 핸드볼팀을 인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3자 간 큰 틀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여자핸드볼 살릴 다른 대안 있나?


= 없다고 봐야 한다. 시가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시청 핸드볼팀의 연간 운영비를 증액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체육회는 비영리단체이다. 이 때문에 고액의 연봉을 주겠다는 팀으로 떠나는 FA 선수들의 이적료 수익금은 고스란히 시 회계(세외 수입)로 귀속된다.

시체육회가 FA 이적료를 재투자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시청 핸드볼팀의 전력은 날로 약화하고 있다.

2019~2020 리그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던 두 명의 FA 선수들을 한꺼번에 잃은 인천시청은 리그 초반부터 꼴찌로 처졌다. 인천Utd가 맡으면 FA 이적료라도 우수 선수 영입 등을 위해 재투자할 길이 열린다.

■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다?


= 하기 나름이다. 프로축구 K리그(3월 초~11월 말)와 핸드볼 실업 리그(11월 초~3월 말)는 일정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인천Utd는 선수단을 지원하는 프런트의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리면 시청 핸드볼팀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시청 핸드볼팀의 자체 수입은 '0원'이다. 팀 운영을 맡고 있는 시체육회는 직원 1명이 보조금 정산 등 국한된 일부 업무에만 관여하고 있을 뿐 홍보, 마케팅, 스카우트 등은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시체육회도 인천Utd의 시청 핸드볼팀 인수를 대체로 반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