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를 판단할 때 반드시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만 그 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위로 타인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거나 예견했을 경우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한다.
5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계부 A(27)씨가 인천지법 1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22년을 선고(5월 18일자 6면 보도)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용인할 의사가 없었고, 미필적으로라도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붓아들을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A씨에게 재판부는 어떠한 근거로 살인죄라 판단했을까.
■사건 개요
A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20시간 넘게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첫째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온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2016년 12월부터 아내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B군을 포함한 의붓자녀들도 함께 데리고 살았다. 아이들은 A씨의 학대로 2017년 3월 보호시설에서 지냈고, A씨는 같은 해 9월 아내와 법적으로 혼인했다.
A씨는 의붓자녀들에 대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후인 지난해 8월 30일 보호시설에 있던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같은 달 31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첫째 B군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잘 따르지 않고 무시한다는 이유로 훈계를 빙자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던 B군은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9월 26일 오후 10시께 숨을 거뒀다.
■재판부 판단
A씨와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B군을 살해하려 한 게 아니라면서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던 아들을 부모 모두의 정성을 쏟을 수 있는 가정에서 키우고자 집으로 데려왔다"며 "아들을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훈육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스스로 119에 신고하고, 가슴 압박 등 응급조치를 하기도 했다"고 근거를 내세웠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고은설)는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않고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고 있는 경우"라며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우,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반드시 사망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고인의 무자비한 폭행과 학대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2019년 9월 24일 오후 10시께 들어 올려 방바닥에 수차례 집어 던지고, 다음날 오전 9시 10분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다리를 걷어차 넘어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팔과 다리를 몸 뒤쪽으로 묶어서 방치할 당시, 피고인의 폭행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러한 학대가 피해자를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피해자는 만 5세의 어린 나이였을 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의 지체 등으로 의사소통에도 매우 서툰 상태에 있었고, 이러한 피해자를 단지 거짓말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 또는 감금한 것은 그 방법과 정도 역시 도저히 정상적인 훈육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늦어도 그 시점에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피해자에 대해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B군에 대한 보호의무를 가진 부모인 A씨가 B군을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고도 외면한 채 폭행 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도 '살인죄'로 볼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5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계부 A(27)씨가 인천지법 1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22년을 선고(5월 18일자 6면 보도)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용인할 의사가 없었고, 미필적으로라도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붓아들을 살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A씨에게 재판부는 어떠한 근거로 살인죄라 판단했을까.
■사건 개요
A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20시간 넘게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첫째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온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2016년 12월부터 아내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B군을 포함한 의붓자녀들도 함께 데리고 살았다. 아이들은 A씨의 학대로 2017년 3월 보호시설에서 지냈고, A씨는 같은 해 9월 아내와 법적으로 혼인했다.
A씨는 의붓자녀들에 대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된 후인 지난해 8월 30일 보호시설에 있던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같은 달 31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첫째 B군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잘 따르지 않고 무시한다는 이유로 훈계를 빙자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던 B군은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9월 26일 오후 10시께 숨을 거뒀다.
■재판부 판단
A씨와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B군을 살해하려 한 게 아니라면서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던 아들을 부모 모두의 정성을 쏟을 수 있는 가정에서 키우고자 집으로 데려왔다"며 "아들을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훈육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스스로 119에 신고하고, 가슴 압박 등 응급조치를 하기도 했다"고 근거를 내세웠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고은설)는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않고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고 있는 경우"라며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우,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반드시 사망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고인의 무자비한 폭행과 학대로 인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2019년 9월 24일 오후 10시께 들어 올려 방바닥에 수차례 집어 던지고, 다음날 오전 9시 10분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다리를 걷어차 넘어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팔과 다리를 몸 뒤쪽으로 묶어서 방치할 당시, 피고인의 폭행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러한 학대가 피해자를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피해자는 만 5세의 어린 나이였을 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의 지체 등으로 의사소통에도 매우 서툰 상태에 있었고, 이러한 피해자를 단지 거짓말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 또는 감금한 것은 그 방법과 정도 역시 도저히 정상적인 훈육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늦어도 그 시점에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피해자에 대해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B군에 대한 보호의무를 가진 부모인 A씨가 B군을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고도 외면한 채 폭행 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도 '살인죄'로 볼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