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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어찌됐든 여의도 시계는 돌고 돌았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임기 첫해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으며 '파란만장' 여의도 시대가 펼쳐진 이후 4년 동안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조국사태와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여야 분열은 국론 분열로까지 비화됐다.

그러다 코로나19란 미증유의 위기사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덮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적극 나서야 했던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민생관련 법안은 제대로 된 회의 한번 거치지 못하고 쌓여갔고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랴부랴 의사봉을 두드렸지만 결국 1만5천여건의 법안이 폐기됐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 수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란 결과에 국민들은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21대 국회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갈등과 분열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간 지긋지긋하게 반복돼 온 동물적인 국회 모습에 국민들은 늘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에 여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제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경험칙에 비춰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회의감이 든다. 국민들은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봐?'라며 여의도를 바라볼 것이다. 4년 여의도 시계는 또 돌아간다. 국난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고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