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영상 본 방송작가 섭외 요청
영국 록밴드 퀸의 명곡 열창 유명세
'베를린한스' 음대 석사과정에 합격
'노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있다. 수원이 키운 테너 이강윤(29)씨다.
종편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팬텀싱어 3'에서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를 최근 서울 서초구 악기거리 쥬스토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클래식 시장은 매우 좁다. 이씨는 남녀 각각 13명씩 입학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도 무대에 설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팬텀싱어 3'가 그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줬다.
"제가 노래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고 제 노래를 들으면서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에요."
그의 출연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 성악 콩쿠르 영상을 본 방송국 작가가 출연 의사를 타진해왔다.
예선에서 영상 심사를 통과한 뒤 PD와 작가 앞에서 정통 성악곡으로 페데리코의 탄식(Lamento di Federico), 크로스오버 곡으로 Queen의 노래를 불렀다. 수 천명의 지원자 중 70여 명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씨가 예선 크로스오버 곡으로 선택한 전설의 영국 록밴드의 곡이 '팬텀싱어' 제작진과 오디션장에 있던 경쟁자들을 들썩이게 했다.
"본선에서도 Queen 노래를 불렀는데 예선 때보다 못했는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진 못했어요."
이씨는 고교 시절 수원 유신고 록밴드 '천지창조'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성악가가 된 뒤 예술의전당과 로스앤젤레스 디즈니홀(LA Disney Hall) 등 큰 무대에 섰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08년 수원시 학생음악경연대회 참석차 '천지창조' 멤버들과 함께 오른 수원 야외음악당이었다.
당시 이씨가 으르렁거리며 부른 더크로스의 '비가와'는 수원지역 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일반계 고교에서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성악 레슨은 커녕 노래를 배운 적이 없었다. 공부로 대학을 갈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실용음악과에 갈 수 있도록 부모 지원을 요청했으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어부보다 선호도가 낮았던 것이 가수, 성악가"라며 반대해 설득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입 재수를 하면서 이탈리아어를 익히고 한국 가곡도 외워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완곡한 성악곡은 스테파노 도나우디(Stefano Donaudy)의 아름다운 그대 모습(Vaghissima Sembianza)이었다.
이씨는 비록 예중·예고를 졸업한 동기생들보단 시작이 늦었지만 한국 최고의 성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력과 풍모를 동시 겸비해야 하는 유앤젤보이스에 입단했다. 최근엔 베를린한스아이슬러 음대 석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는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 제 노래에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무대에서 저의 행복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영상 /임지수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