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생계유지 최소 자금' 동결
반납이후 '소송비 각자' 화해청구
"법 알면서 주지않아 벼랑 내몰아"
금감원 "은행 벌칙 없어" 입장고수


금융기관이 회생·파산을 앞둔 채무자를 대상으로 민사집행법에 명시된 '1개월분 최저생계비'까지 막무가내로 압류, 이를 막으려는 채무자들이 소송을 통해 생계비를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채무자들에게 소송을 통해 생계비를 돌려주라는 결정을 받은 뒤, 법원에 소송비용까지 각자 부담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채무자를 궁지에 몰고 있다.

민사집행법 246조(압류금지채권)를 보면 부양료, 유족부조료(부조), 병사 급료, 급여채권의 2분의1, 채무자의 1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 등은 압류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천 옥길동에 사는 A씨는 한국카카오은행(주)가 예금을 전부 압류해 1개월분 생계비를 돌려주지 않자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예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카카오은행에 A씨의 통장 잔액 40만3천원 전액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했지만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해야 했다.

서울 구로구의 B씨도 (주)우리은행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낸 예금지급 소송에서 우리은행이 B씨에게 171만4천4원을 지급하고 은행이 B씨에게 지급을 지체할 땐 연 12%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까지 더해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

이에 우리은행은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화해권고를 해달라며 한 발을 빼 결국 B씨는 소송비용을 부담했다.

민간은행뿐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우체국) 예금도 1개월분 최저생계비를 압류금지채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부업체가 채권압류, 추심명령을 받아오면 그대로 받아들여 채무자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2018년 기준 채무로 인해 가압류 신청이 인용된 사건은 22만6천237건이었다. 이중 수원지법 본원과 5개 지원, 7개 시법원에 접수된 건은 2만9천89건으로 서울중앙지법(3만4천916건)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이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사무실을 둔 김광수 법무사는 "급료는 소명하면 압류하지 않는데 금융기관에서 예금은 소명기회도 없이 100% 압류하고 있다"며 "1금융권 은행도 법을 알면서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아 채무자를 벼랑으로 내몰았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은 소송을 통해 압류금지채권을 풀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최저생계비를 압류한다고 해도 벌칙이나 페널티는 없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