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미제출·인멸시도에 속수무책
매년 5억이상 예산지급에도 깜깜이
20년간 운영비 집행 약 130억 달해
"협조없인 감시도 못해" 거센 비판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 구성 후 20년 만에 처음 진행된 협의체 운영비 감사(5월 18일자 6면 보도)가 결국 시작도 못 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협의체 측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 매년 5억원이 넘는 운영 예산을 지급하고도 협조 없이는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도 못 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경찰은 SL공사가 운영하는 드림파크 골프장의 부킹 업무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협의체 운영 예산으로 구입한 고급 골프 의류 등이 경찰관에게까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협의체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SL공사 측에 협의체 운영비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협의체 측에서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교체하는 등 자료 인멸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SL공사와 협의체 안팎에서는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감사도 이뤄지지 않는 협의체 운영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달 8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대외홍보처 종합 감사에서 협의체 운영 예산도 포함해 조사할 계획이었다. 협의체 운영비가 불투명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협의체 측에서도 집행 실태를 점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행 내역 등 운영비와 관련한 감사는커녕 자료 확보조차 하지 못했다. 주민지원협의체에서 자료 제출을 끝내 거부한 탓이다. 협의체는 집행 실태를 점검해 달라면서도 자료는 내놓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협의체의 협조가 없으면 SL공사도 운영비 감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SL공사는 매년 5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협의체에 지급하고도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SL공사 내부에서도 "협의체 운영비 관리를 못 한 것이 아니라 협의체 눈치를 보느라 안 한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협의체 운영비 감사는 지난 2000년 협의체가 구성된 이후 처음이었다. 20년간 협의체 운영비가 SL공사의 감시 없이 '깜깜이'로 쓰인 셈이다. 협의체 운영비가 주민지원기금의 5% 수준에서 편성되는 점을 감안할 때,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협의체 운영비는 약 130억원에 이른다.
서구의 한 지역주민단체 관계자는 "협의체가 운영에 필요한 돈이라고 하면 어디에 쓰는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내주는 SL공사가 가장 큰 문제"라며 "SL공사가 20년간 협의체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협조 없이는 감사도 못 하는 지금 같은 꼴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SL공사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협의체 운영비에 특정한 게 아니고 대외홍보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였기 때문에 이대로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매립지협의체 감사 흐지부지… '종이호랑이 자초' SL공사
입력 2020-05-24 23:10
수정 2020-05-2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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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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