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LB, 시작부터 신문과 공생관계
라디오·TV·인터넷 등 미디어 발전
韓 프로야구, 130개국 방송 콘텐츠로
코로나시대 무관중에도 높은 시청률
그럼에도 야구장 응원·치맥 그리워


이영철 협성대 교수1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한국 프로야구가 전세계에 중계방송되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2일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130개국에 KBO 리그가 방송된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야구가 세계적인 스포츠 콘텐츠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는 시작부터 미디어와 분리할 수 없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가 시작된 것은 남북전쟁이 끝난 1870년대이다. 신문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와 일치한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전국 규모의 신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야구 기사는 지역지의 중요한 콘텐츠였다. 매일 경기를 개최하는 야구는 매일 발행되는 신문의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경기기록을 매일 확인하는 야구팬은 신문의 충성 독자가 되었다. 야구와 신문은 공생 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20세기는 전파 미디어의 시대다. 1920년, 피츠버그에서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탄생했다. 초기 라디오는 콘텐츠가 빈약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야구 중계방송이다. 야구중계는 라디오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동시에 프로야구의 시장도 확대되었다. 전파(電波)가 도달하는 지역까지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대부터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된다. 신생미디어인 TV에서도 야구는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TV는 전국방송이 가능했다. 또 그 시기부터 비행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다. TV와 비행기로 인해 미국 중동부로 한정되었던 야구 시장이 태평양 연안까지 확장되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LA다저스는 원래 뉴욕 브루클린이 본거지였다. 1958년 LA로 홈구장을 이전했다. 이어서 뉴욕 자이언츠도 샌프란시스코로 본거지를 옮긴다.

케이블TV는 1980년대에 본격 등장하여 다양한 전문 채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KBO 경기를 세계로 송출하는 ESPN도 이 시기에 스포츠 전문채널로 탄생했다. 카메라를 추가 투입하여 보다 입체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자막 정보를 제공하는 등 중계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1990년대는 위성방송의 시대다. 동구권의 몰락으로 냉전이 종식되자 첩보용으로 사용된 인공위성을 방송 중계에 이용하게 된다. 스포츠는 위성 중계방송의 적합한 콘텐츠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도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다. 1994년에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의 노모 히데오도 같은 시기에 활약했다. 한국과 일본의 시청자들은 새벽에 라이브 중계방송을 볼 수 있었다. 최근의 류현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리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했다. 일본도 마쓰이, 이치로, 최근의 오타니 쇼헤이 등 수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로 활동해왔다.

2000년 이후는 인터넷의 시대다. 인터넷 사이트인 MLB닷컴을 통해 전경기 실시간 중계, 다시보기, 하이라이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전세계의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의 공포가 세계를 덮친 2020년 야구시즌이 돌아왔다. 사실 우리보다 대만에서 먼저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 그러나 대만의 프로야구는 2009년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6개팀에서 4개팀으로 축소되어 팀간 40차전, 팀당 연간 120게임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수준도 우리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팬들은 메이저리그만이 진정한 야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종 챔피언 결정전도 아메리칸 시리즈가 아닌 월드 시리즈로 부른다. 그들에게 메이저리그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야구는 스포츠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진기명기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들보다 앞서 개막한 한국의 프로야구가 주목받는 것이다. 미디어는 새로운 콘텐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꺼린다면 프로 스포츠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관중이 없어도 시청률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야구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다는 징표이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야구팬의 자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빨리 야구장에 가고 싶다. 관중들과 함께 선수들의 파이팅을 큰 소리로 응원하고 싶다. '치맥'도 생각난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그립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