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제현상이나 이론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예시 중 하나가 스타벅스의 사례다. 가령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는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 잔에 그토록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것은 커피나 직원들의 질이 아니라 오로지 매장의 위치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스타벅스에서 파는 커피를 통해 임대료를 비롯한 부동산, 희소성, 가격 차별화 전략 등 다양한 경제현상을 설명한다. 이 밖에도 프랜차이즈나 마케팅 등 경제용어를 다룰 때 스타벅스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스타벅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피전문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최근에도 이런 스타벅스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300잔의 커피 소동'이다.
며칠 전 서울 여의도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이어 그는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주는 사은품(굿즈)만 챙기고 300잔의 커피는 매장에 버린 채 사라졌다. 어떤 종류의 커피를 샀는지는 모르지만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할 때, 커피값이 최소 120만원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스타벅스가 여름마다 진행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로,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서머 체어' 혹은 '서머 레디백'을 선착순으로 주는 행사를 열며 벌어진 일이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는 굿즈 되팔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 굿즈가 얼마나 훌륭한 물건이기에 이 난리인가'하고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어떤 회사에서 사은품을 받았을 때 "회사로고만 없으면 잘 쓸텐데"라며 아쉬움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이 현상을 비정상적인 '팬덤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커피 판매량을 신장시킨 '성공적인 마케팅'이라는 평가 또한 적잖은 게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스타벅스 커피 가격과 관련한 팀 하포드의 색다른 분석이 떠오른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비싼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은 임대료가 형성되는 이유는 가격에 둔감한 스타벅스의 고객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수구에 버려졌을 300잔의 커피에는 저개발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고와 한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개인의 소비 트렌드에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스타벅스에서 벌어진 '상술'과 '기행'의 합작품(?)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