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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때 피격보다 감염 사망이 더 많아
최초 항생제 '설파제 발명' 도마크 경험담 다뤄
코로나19 위기속 '국가 질병 통제' 중요성 강조

■ 감염의 전장에서┃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동아시아 펴냄┃472쪽. 2만2천원


감염의_전장에서_표지_입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멈춰 세우면서 인류는 문명과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류가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감염의 전장에서'는 100년 전을 배경으로 총탄보다 큰 위협이었던 세균 감염을 다룬다. 지금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감염병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졌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총탄에 맞아 사망한 병사의 수 보다 많은 병사가 상처 감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책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았던 '게르하르트 도마크'의 경험담을 담았다.

수많은 부상병과 수술 장면을 목격한 도마크는 "이런 상황에서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감염 없이 해내 환자가 상처 감염으로 죽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고 책에서 회상한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그는 훗날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설파제 발명으로 노벨상까지 받는 그의 업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영국·미국·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아울러 세균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인간의 삶과 의학에 일어난 변화도 다룬다.

설파제가 발명되기 이전인 1930년대에는 대다수 의료행위가 환자의 집에서 행해졌고, 병원에서 전업으로 일하는 의사 또한 극히 적었다. 그러나 설파제와 각종 세균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발명된 1950년 이후에는 대다수 의사가 병원과 병원관련 사무실에서 일하고 그동안의 왕진제도는 멸종하다시피 했다.

저자는 설파제 발명 이후 사용과 유통, 특허권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 나라별 힘겨루기, 허가받지 않은 각종 카피약 판매로 인한 부작용, 국가의 질병 통제 양상 등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설파제 상용화 과정 등의 뒷이야기를 다루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친 현 시점에서의 국가 질병 통제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던 시기 유일한 해법이었던 예방과 공중보건 강화, 방역"이라며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법이 나온다고 해도 새로운 병이 또다시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과거의 경험에 비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