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치 창출 기술혁신 비용절감
기업 보유 핵심기술의 표준화 시급
산·학·연·관 결집 부처간 이해 떠나
미래 한국의 위상 세울 지혜 모을때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핵심 기술 확보 전략은 지속적인 R&D투자 및 특허권, 인증확보 등의 지적재산권 확보를 통한 경쟁력 향상으로 시장의 기준에 부합하거나 상향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그러나 2020년 현재,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있어 지적재산권 확보는 필수요소가 됐고, 이제는 보유 핵심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할 수 있는 기업과 그러한 기업을 보유한 국가만이 진정한 강자로서 거듭날 수 있는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1세기의 글로벌 패권경쟁, 과연 군사력만의 영역일까? 흔히들 표준화 활동을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곤 하는데, 표준화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한경쟁에서 게임 운영의 법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에서의 승자 독식 또는 패전의 멍에를 안기기도 한다. 1990년대 일본은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독자표준 시도가 좌절되는 과정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서서 중국과 미국의 세계패권경쟁의 양상도 기술과 제도 및 이념의 표준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
다양한 산업 간의 기술과 기기들의 융·복합을 통한 상호연계가 보편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상호운용성·호환성 표준화를 통한 기술선도 및 시장지배력 강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져온 새로운 경쟁구도인 표준경쟁은 과감한 경계영역 허물기와 더불어 승자독식 구조체계를 가속화하고 있어, 산업·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글로벌 주도권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국제표준을 선점한 기술 보유기업은 '유니콘', '데카콘'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
표준 제정을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기술력, 외교력과 함께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이 국제표준 경쟁에서 리더로 떠오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글로벌 표준전문가를 양성하고, 제정된 표준이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는 국제표준 제정 참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표준 관계부처는 2019년 6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표준화 선점 전략'에 따른 '300·60 프로젝트'에 따라 표준 기술력향상사업과 R&D 사업을 활용해 전기·자율차, 스마트시티·홈 등의 10대 혁신산업 분야에서 2023년까지 국제표준 300건을 제안해 전체국제표준의 20%을 선점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IEC/ITU) 의장단을 6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표준을 특허·논문과 동일하게 국가연구개발사업 대표성과로 인정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가결(2020년 5월20일)돼 국가연구개발과 표준화 연계를 한층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표준화를 위한 핵심 연구 인력은 국가를 대표해 표준화 일선에서 활약해 온 학연 중심의 표준화 인력과 대기업 및 중소·중견 기업 소속의 일부 표준화 인력들에 그치고 있다. 이들 만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광활한 표준화 영역에 대한 세부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현시점으로선 무리가 있어 보이나, 새로이 표준화돼야 할 영역이 광활하다는 것은 어쩌면 기회의 땅이 많다는 것이기에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주인 없는 '국제표준' 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표준은 시장가치 창출, 기술 혁신, 비용 절감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누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표준 역할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은 제한된 리소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산·학·연·관 표준전문가를 결집시키고 부처 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필연적 미래 시대의 대한민국 표준화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균형 있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글로벌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영식 쉬프트정보통신(주) 대표이사·(사)판교1조클럽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