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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경인일보에 '갯벌을 살리자'는 기사가 연재됐다. 10년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시화지구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의 심각한 훼손을 보고 시작한 장기 시리즈물이었다. 간척사업으로 인한 어민의 생존권 문제 논란도 한 몫 했다. 당시만 해도 갯벌은 버리는 땅 정도로만 인식되었던 시절이었다. 국토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갯벌 정도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뚝딱' 메꾸곤 했다. 그때는 갯벌이 생태계의 보고인 것도 연안오염을 막아 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몰랐다. 한번 훼손되면 우리 생애 다시는 복구할 수 없다는 것도 몰랐다. 기사가 나가자 "갯벌 가지고 뭘 이렇게까지?"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우리들의 무지 속에서 아름답기 그지없던 서해의 갯벌은 무참히도 사라졌다.

그나마 신문 보도로 갯벌이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환경오염 완충지대이며 생태관광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안 해양 생물의 70%가 갯벌 생태계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어업도 물고기를 잡는 것만큼이나 개펄 채취가 중요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기사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1997년 제29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우리 사회가 갯벌의 중요성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캠페인이 불기도 했다.

최근 경인일보에 서해안 갯벌 관련 기사가 여섯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갯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갯벌이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는 고발성 기사였다. 간척사업으로 막힌 물길을 터 갯벌을 살리거나, 갯벌의 완벽한 재생을 위해 '역간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역간척'은 간척사업으로 생긴 제방이나 육지화한 땅을 허물어 간척하기 이전으로 복구하는 것을 말한다. 죽음의 땅이 돼버린 갯벌에 다시 바닷물이 드나들게 만들어 숨 쉬는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갯벌보호에 발 벗고 나섰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선진국은 1980년부터 간척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갯벌 계획·보호·복원법'을 만들어 2005년부터 갯벌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자연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보물을 두고도 우리는 고마움을 모른다. 갯벌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