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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 오포음 풀집공예박물관에서 '짚과 집'전이 열렸다.

농경시대 한국 서민들의 생활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28일 방문한 광주 오포읍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짚과 집(Straw & House)'을 주제로 한국 사회의 농경문화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서 만난 이은지 풀짚공예박물관 학예사는 "농경의 부산물인 짚이나 짐승의 가죽 등으로 집과 생필품을 만들어 사용했던 것은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풀과 짚으로 지역마다 다른 초가양식을 발전시키고 놀이 및 민간신앙의 영역까지 발전시킨 것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다"고 전했다.

전시장은 총 4관으로 구성됐다. 1관 '초가(草家)'에는 바위집, 동굴, 움집, 고상가옥, 초가, 김치광·곳간·잿간을 구운 점토(테라코타) 형태로 재현한 작품 7점이 전시돼 구석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주거 양식의 발전상을 보여줬다.

또 움집, 너와집, 굴피집, 너에집, 띠집을 담은 황헌만 작가의 사진이 전시돼 지역별 초가 양식 또한 보여줬다.

1관 한 켠에는 충남 아산시 외암리민속마을(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의 초가지붕 얹는 모습을 상영해 옛부터 농민들이 품앗이로 각 집마다 초가를 만들어 온 전통을 보여준다.

이 학예사는 "초가집은 불과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서민의 생활상에 가장 밀접한 문화 유산이었지만 19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함석·슬레이트 등으로 교체하면서 소멸됐다"며 "특히 '새마을 노래' 중 '초가집도 없애고'라는 가사는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2관 '12지신 탈과 열두 띠 탈놀이'에는 짚으로 만든 쥐·소·호랑이 등 12지신 탈과 충청남도 공주 한 마을에서 풍물패가 12지신 탈을 쓰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지신밟기를 하는 풍경을 담은 대형 사진이 전시됐다.

또 '띠배' 모형과 '위도띠뱃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82-다호) 사진도 전시됐다. 띠배는 짚·새·싸리로 만든 배로, 주로 어촌 지역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띠배에 떡·밥·고기·과일과 허수아비 사공을 태우고 용왕굿을 치른 뒤 바다로 띄워 보내는 '띠뱃놀이'를 했다.

3관 '생활 속의 짚'에서는 짚으로 만든 가방의 일종인 주루목·망태기와 바구니의 일종인 둥구미·씨오쟁이 등 친환경적 일상 도구들이 인간과 자연의 소통 가능성을 일깨웠다.

4관 '신현리 마을이야기'에서는 광주 신현리 토착민·이주민 2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마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전달했다. 신현리 퉁점골은 흥선대원군(1820~1898) 집권 말기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주민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현재는 각종 개발로 인해 옛 모습이 사라진 곳이다.

여기에는 인터뷰 등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의 애장품도 함께 전시돼 마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학예사는 "풀·짚 문화는 지배층이 아닌 모든 계층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했던 대중의 문화였고, 자연과 함께했던 생활문화는 의식주 전반을 지배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풀과 짚으로 지은 초가와 관련된 이야기와 풀·짚공예품 속에 담긴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살펴보는 동시에 현대인들에게는 문화적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한국 민속품 29건 57점, 외국 장식 소품 17건 24점, 현대 작품 14건 14점, 지역주민 애장품 25건 44점 등 총 99건 153건의 전시품이 공개된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