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구제 위한 도입 목소리 커져
상징적·실질적 필요성 주장 불구
실손해액 3배내 범위 실효성 의문
권력 등 감시 기능도 위축 가능성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어준의 다스베이다'와 YTN '뉴스N뉴스'에 출연해서 언론의 기본적 취재와 보도의 자유는 제대로 보장받아야 하지만 언론의 왜곡보도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언론개혁 공약으로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시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5월17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미국의 사례와 같이 징벌적인 배상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현재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에 의한 언론보도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 인용액이 너무 적어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나 언론보도가 악의적일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근 언론의 왜곡보도에 분노해서 시민들이 제기한 언론보도 피해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여러 건에 이른다.
악의적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2004년에 집중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는 신문 등 정기간행물에 대한 내용과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보도 피해구제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었다. 이 법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으로 분리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됐다. 시민언론단체와 언론현업단체가 함께한 언론개혁국민행동과 열린민주당의 언론피해구제 법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쟁점이 됐다. 언론보도 피해구제를 위해 손해배상이 실시되지만 인정되는 위자료액은 피해자 구제나 회복에 크게 미흡하므로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악의적인 허위보도가 명백한 때에는 법원이 미국과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언론인권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했고 기자협회 등 현업단체는 반대했다. 결국 언론중재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도입되지 못했다.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기존 손해배상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인정하고 언론중재법을 포함하는 9개 법에 한정하여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법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2011년 처음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실손해의 3배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됐고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도입됐다.
2013년 12월에는 정청래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법이 개정되지는 않았다.
악의적인 왜곡보도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 언론보도 피해구제를 위해서 상징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입되면 얼마나 실익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법원의 언론보도 피해구제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이면 대개 실손해액의 3배 이내로 정해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의미가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정치·경제·종교 권력을 감시해 왔던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과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언론, 지방권력을 감시하고 있는 지역언론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신중하고 효율적인 언론보도 피해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