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 회장 일론 머스크가 '역발상 전략'을 발표할 때마다 그를 그저 기발한 생각을 하는 '혁신가' '몽상가' 정도로 여겼다. 2002년 31세에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를 설립해 우주여행용 로켓을 싼값에 제공하겠다고 했을 때도, 2013년 터널 굴착회사 보링컴퍼니를 설립 '하이퍼루프'라는 신개념 초고속 진공 열차를 공개했을 때도 그랬다. 진공상태로 터널 속을 초음속으로 달리는 미래 운송수단에 대해 사람들은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2016년 라스베이거스 사막에서 시험주행에 성공하자 머스크를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대중을 놀라게 한 건 머스크가 재활용 로켓을 이용해 발사 비용 30~50%를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였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2017년 '스페이스 X'가 재사용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자 머스크의 이름 앞에는 '혁신의 아이콘' '세상을 바꾸는 도전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덕분에 그동안 미국, 러시아, 중국 정부가 독점해 오던 유인 우주비행시장에 민간기업이 뛰어드는 전기가 마련됐다. 머스크가 아니었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대중은 이런 머스크를 '아이언맨'으로 부르며 열광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기행과 돌출발언으로 수없이 많은 구설에 올랐다.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테슬라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내부 상황이 좋지 않던 지난 만우절에는 "테슬라가 재정적으로 파산했다"는 농담을 트위터에 올려 투자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 정부의 공장폐쇄 정책에 불복해 일방적으로 공장 생산을 재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테슬라의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머스크 리스크'였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 팰컨9 로켓이 민간기업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 나르는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생의 마감을 화성에서 맞겠다"는 머스크의 무모한 상상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로에는 전기자동차 테슬라가, 땅 밑으론 하이퍼루프가, 우주공간에는 스페이스X 로켓이 날아다니는 머스크의 꿈도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뉴턴, 에디슨, 아인슈타인, 잡스 등 '괴짜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게 머스크로 인해 또 한 번 입증됐다.
/이영재 주필